오후 내내 자두를 솎아주었습니다. /올해도 가지마다 찢어질 듯 자두가 열었습니다. /
한낮의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초록의 이마들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고마웠습니다.
솎아주면 더 탐스런 과일로 자라는 /보석같이 붉고 빛나는 자두를 자두나무는 사람에게만 주는 게 아닙니다. /새에게도 주고 벌에게도 줍니다. /벌레가 필요로 하념 벌레에게도 주고 /남는 것이 있으면 제 자신을 위해 가져갑니다.
내가 자두나무를 키웠다고 생각지 않듯 /자두나무도 제 스스로 자라서 풍성해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땅 속에서 얼마나 많은 작은 힘들이 모여 / 흙을 비옥하게 가꾸고 다지는지 /빛나는 햇빛과 맑은 빗줄기를 /누가 주시는지 압니다.
내가 가진 것이 내 것만이 아님을 압니다. /왜 열매를 나누어야 하는지 압니다. /꽃 피던 날부터 열매맺는 날까지 /준 것보다 받은 것이 얼마나 더 많은지 압니다.
나눌 수 있는 기쁨도 선택받은 것 /베풀 수 있는 기회도 축복받은 것
주고난 뒤에도 나무는 /여유로운 가지 튼튼한 뿌리로 /바람앞에 넉넉합니다 /그것 또한 사랑받고 있기 때문임을 /자두나무는 압니다.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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