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역사가 깊어지며 남가주 지역 한인 교사만 230여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3일 한미교육자협회 컨퍼런스에서 교사들이 이민학생 교육에 관한 강의를 듣고 있다. <서준영 기자>
‘클린 커뮤니티’ 나 부터 변하자 집중기획 시리즈 3
교육계 부조리
학부모 ‘일류병’에
경력 부풀리기까지
호바트 초등학교 조나단 백 교감은 처음 이 학교에 부임했을 때 깜짝 놀랐다. 한국 선생님이 반가워 만나자는 줄로 알았던 학부모들이 면담 후 흰 봉투를 한 장씩 내밀었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예외 없이 많게는 수백 달러의 돈 뭉치가 들어있었다. 소문은 들었지만 한인 학부모 사이에 일반화 돼 있는 촌지문화를 직접 접한다는 게 곤혹스러웠다.
백 교감은 “돈 봉투를 건네는 데는 결국 자기 자녀를 다른 학생보다 잘 봐달라는 나쁜 의도가 담겨 있다”며 “액수를 떠나 촌지는 교육적으로 매우 안 좋은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부모로부터 어떤 선물도 받지 말 것을 교사들에게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사회를 따라 다니는 부끄러운 자화상 중 하나인 촌지. 이민 역사가 깊어지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 이를 뿌리뽑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한인학생 밀집 지역에서는 교육을 담보로 한 돈 봉투 거래가 확고한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풀러튼에 9년째 살고 있는 주부 해티 홍씨. 선셋레인 초등학교, 팍스 중학교, 서니힐스 고등학교에 다니는 3남매의 엄마인 홍씨는 촌지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냐는 질문에 “담임제도가 있는 초등학교에서는 수 백달러짜리 명품을 선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9년 전만 해도 안 그랬는데 이제는 타민족 교사들도 한인 부모만 보면 은근히 무언가를 기대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부자동네로 갈수록 심해져 팔로스버디스와 베벌리힐스 같은 곳에서는 수 천달러짜리 명품 핸드백도 선물로 둔갑해 교사의 손에 들려진다.
촌지가 일상화되면서 사친회에서 크리스마스 때 공식적으로 모으는 돈의 액수도 계속 늘어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촌지에 익숙해진 한인학생 밀집 학교 교사들은 10달러 짜리 선물에도 일일이 ‘땡큐카드’를 보내는 대부분의 교사와 달리 고액 상품권도 당연히 생각할 정도다. 실제로 한인학생이 많이 다니는 학교의 한인 교장은 몇 년 전 100달러 정도의 촌지는 괜찮다고 말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촌지만큼이나 고질적인 한인교육계의 쓴 뿌리는 경력 부풀리기와 과대과장 광고다.
오랜 기간동안 상담전문가를 자처하면서 한인 사회에서 큰 부와 명성을 얻었던 한 교육계 인사가 대표적인 예. 이 인사는 결국 관련 자격증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전 한 한인은 초등학교 때 인사치레로 받은 격려용 대통령 표창을 ‘유창한 영어 웅변으로 한미 문화교류와 친선우호에 기여해 받은 것’으로 부풀려 한국 대학에 입학한 뒤 한국 검찰에 적발돼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경쟁이 심한 학원업계의 경우 이 같은 경력 부풀리기와 과장광고가 관행처럼 자리잡았다. 닥터양교육센터 양민 원장은 “강사나 원장의 학력을 위조하고 경력을 속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인사회는 마치 치외법권 지역 같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교육자들이 이런 거짓말에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 한 SAT 학원 원장은 “다른 학원이 하기 때문에 우리도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며 “좋은 점수만 따게 해 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교육계의 병폐는 일류대 진학만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한인들의 잘못된 교육관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미주교육신문 케빈 이 대표는 “촌지를 건네는 학부모나 생색내기 자원봉사를 하는 학생, 경력을 부풀리는 교육자들 모두 좀 더 좋은 학교라는 한인사회의 강박관념이 만들어낸 희생자”라며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고 토론을 중시하는 미국 교육의 가치를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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