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 재판의 평결이 발표되는 순간 배심원들의 표정을 그린 법정 스케치.
‘유명스타 재판 정형화’인상
OJ 심슨서 최근 코비까지
거의 예외없이 법망 피해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에 대한 배심원단의 무죄평결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자랑해 온 미국의 사법제도에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등식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지난 10여년간 살인혐의로부터 아동 성추행에 이르기까지 중범혐의로 형사법정에 섰던 유명인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법망을 빠져나갔다.
‘보통 인간’의 상식과 법 감정을 재판에 반영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배심원제도는 지난 1994년 O.J. 심슨 재판 이후 유명 인사들에 유난히 약한 취약점을 노출했다.
흑인 부랑자 로드니 킹 구타사건 재판에서 피고인 백인 경관들이 무죄평결을 받자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흑백 인종갈등이 4.29폭동으로 터져 나왔고, 이같은 배경 하에서 열린 심슨 재판은 배심원들 사이에 이심전심의 ‘정치적 고려’가 끼여들면서 결국 무죄평결로 마무리됐다.
전 부인 니콜 브라운 심슨과 그의 남자친구 로널드 골드만을 무참히 살해한 혐의에서 벗어난 심슨은 민사소송에서 패했지만, 사법적 정의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큰 상처를 입었다.
이어 2002년 아내 보니 리 베이클리를 총으로 쏘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선 왕년의 TV스타는 2005년 3월16일 배심원단의 무죄평결에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LA 레이커스의 주전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 역시 19세 호텔 여종업원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돼 지옥문 앞까지 갔다가 막강한 변호인단의 위력과 팬들의 장외 성원에 힘입어 기소 취하로 완벽한 면죄부를 받아낸 케이스.
여기에 잭슨까지 합류하면서 유명 인사들의 ‘소송무패’ 신화가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
결국 이번 잭슨 재판은 앞서 유명 스타들의 형사소송에서 파생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속설을 정설화하는데 기여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잭슨 재판 주요 일지>
▲2003.11 샌타바바라카운티 경찰, 네버랜드 랜치 압수수색
체포영장 발부, 마이클 잭슨 자수
▲2004.4 카운티 검찰, 잭슨 아동성추행 혐의 기소
▲2004.5 잭슨 무죄주장
▲2005.1-2 배심원단 구성(남4, 여8)
▲2005.3.9 검찰측 증인 진술 시작
▲2005.3.10 잭슨, 법정출두 거부하다 판사의 강제구인장
발부경고에 슬리퍼에 잠옷바람으로 출두
▲2005.5.5 피고측 반대변론 착수
▲2006.6.3 케이스 배심원단에 회부
▲2005.6.13 배심 무죄 평결
재판을 승리로 이끈 토마스 메서서로우 주니어(앞) 변호사 한인 여성 변호사 수잔 유(뒤쪽).
한 여성팬이 잭슨의 혐의 하나 하나에 무죄 평결이 발표될 때마다 비둘기 한 마리씩을 창공에 날려보내며 기뻐하고 있다.
팬들은 ‘환호’
잭슨 전처도 ‘환영’성명
한인들 분위기는 ‘냉랭’
⊙… 재판과 평결과정 동안 매일 샌타마리아의 법정밖에는 잭슨의 무죄를 주장하는 팬들과 그의 유죄를 믿는 사람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는 등 소란스런 분위기였다.
이날 오후 2시, 10개 항에 대한 무죄평결이 속속 전해지자 법원 밖에 진을 친 지지자들은 함성을 지르며 기쁨을 가누지 못한 반면 유죄평결을 기다리던 측은 이들과의 충돌을 피해 발길을 돌렸다.
⊙… 평결이 내려진 13일 법정 주변에는 미 전역과 각국서 몰려온 수백명의 팬들이 잭슨의 무죄 평결을 고대했으며, 한 아시아계 여성은 한자로 무죄라고 적은 부채를 흔들기도 했다.
⊙… 한인 사회의 분위기는 대체로 냉랭했다. 점심식사 중이던 60대 한인은 “잭슨하고 한인하고 무슨 상관이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최영제씨는 “미국은 결국 돈 있는 사람이 이기는 사회 아니냐”며 “아이들이 법정에서 거짓말을 했겠냐”고 평결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김종우씨는 “유죄로 판단하기엔 변호인이 제기한 의문점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무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배심원단의 평결이 나온 직후 잭슨의 전처중 한 명인 데비 로우의 변호사는 즉각 성명서를 발표, ‘평결이 정의에 입각한 것으로 보며 로우는 무죄평결에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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