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도 지나간다. 어머니날의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뭉클해짐을 항상 느끼면서도 어머니에게 전화도 자주 못하는 큰딸로서 효녀 노릇은 못하는 것 같다.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미국에서 자녀들과 어쩔 수 없이 살고 계시는 어르신도 계실 거고, 바쁜 미국생활 속에 부모님들의 생각과 고민을 같이 해주는 자녀들은 있겠지만 일상생활에 쪼들려서 미처 부모님 생각을 같이 못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어머니날 근사한 저녁과 값진 선물도 좋겠지만, 진정으로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한미여성재단에서는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이 없는 한인 노인들을 위해 신분증 만들어주기 캠페인을 전개하고있다. 신분증 제작을 위한 서류작성을 도와주고 버지니아 자동차관리국(DMV)에 모시고 가서 통역서비스를 제공한다. 캠페인의 시작은 3월부터였지만, 신분증을 만드신 분은 그리 많지 않으시다. 사는 곳의 주소와 본인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거주증명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사시는 어르신들은 아파트 계약서나 전화요금고지서가 있어 신분증을 만들어 드리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자녀들과 함께 사시는 어르신들이다. 공공요금 용지서도 자녀들의 이름으로 되어있고 집 역시 그렇다.
중앙 시니어센터에서 실시했던 캠페인에 신분증을 만들고자 20여 명이 오셨으나 거주증명 미비로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시고 돌아가셨다. 본인의 이름과 살고있는 곳의 주소가 들어가 있는 서류가 없어서이다. 은행거래서라도 있었으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분증을 손에 쥐신 분들은 남다른 감회가 있었다고 한다. 자식들도 바빠서 못해주는데 어려운 시간 내어 노인들을 위해 봉사해주는 우리에게 무어라 감사의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한 봉사자는 5명의 어르신을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집에까지 모두 모셔다 드리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또 한 봉사자는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봉사를 받는 거라며 오히려 더 기뻐하시는걸 보고 자원봉사의 일은 정말 보람있고 값진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운전면허증이 없으신 분들은 신분을 나타낼 마땅한 증명서가 없다. 병원을 가더라도 공공기관을 가더라도 그리고 불의의 사고를 대비해서라도 부모님들의 신분증 하나쯤은 챙겨드리자. 시민권과 영주권이 있어도 신분증은 또 다른 의미가 어르신들에겐 있다.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미국의 신분증을 갖는 분들에게는 정말 의미 있는 가정의 달 선물이었다.
실비아 패튼 /한미여성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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