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은 베토벤의 협주곡처럼 거칠지 않고, 담백하다. 가끔 격정이 몰아치는 순간이 있으나 싸리비 정도에 그치고 만다. 우산을 받치고 싶지 않을 정도의 ‘기분 좋은 비’라고나할까… 특히 영화 ‘엘비라마디간’에 나오는 피아노 협주곡 21번(2악장)등은 클래식 속의 또 다른 세계를 경험시키는 작품이다. 클래식의 위엄 있는 모습은 사라져 버리고, 그저 시시콜콜한 대중들의 모습을 반영(팝), 사랑 받고 있는 작품이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스쳐가는 사랑…, 애증 속에 병을 앓고… 고독으로 사라져 가는… 통속화 같다고나 할까…
모차르트는 유독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여 교향곡 못지 않은 30여 편에 가까운 작품을 남겼는데 그중 20번, 21번, 23번, 24번, 26번 등이 유명하다. 모차르트는 자신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특출한 선율의 서정시인이기도 했다. 특히 모차르트의 시적 감각은 협주곡 등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데, 플룻 협주곡, 클라리넷, 혼…, 바이올린, 피아노 협주곡 등에 나타난 아름다움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중 피아노 협주곡 20번과 24번 등은 다른 차원에서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다. 20번과 24번은 모두 단조로 된 작품으로, 그중 특이한 우수가 깃 든 20번은 베토벤이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베토벤은 모차르트(1756-1791)가 사망한 뒤 모차르트의 미망인(콘스탄체)을 위해 한 연극 공연장에서 이 곡을 직접 연주했다고하며, 1악장 카텐자는 베토벤이 직접 작곡하기도 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대체로 소프라노 영역(가벼움)에 속해 있었으며 핑크빛 무드는 교훈(종교)적이거나, 철학적 강요가 없었다. 경박하지만 자유롭고, 가볍고도 순수했다. 천재의 동경이 녹아져 있고, 삶에서의 자유… 구속에서의 해방, 찰라 속에 영원을 교차시키고 있다.
피아노 협주곡 20번은 유일하게도 이런 모차르트의 텔레파시에 이상기류가 생긴 작품이었다. 어떤 불행에 대한 예감 때문이었을까, 절규가 있고 우수가 깃들어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다소 남성화되었다고나 할까. 핑크 빛무드가 보랏빛으로 변하고, 밝은 햇살에 구름이 끼기 시작, 침울한 빗방울이 쏟아지고 있다.
소시민적 ‘절망’…, 애수의 요소는 영화 ‘엘비라마디간’의 주제음악으로 사용됐던 21번의 2악장과도 닮았으며, 아마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 있다면, 바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20번)이 아닐까한다.
가장 위대한 서양음악의 5명 작곡가중에서 고전파 3명을 무시할 수 없다. 그중 모차르트는 베토벤과 하이든 중간에 끼어, 고전형식을 완성시킨, 말 그대로 ‘클래식’의 대명사와 같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모차르트에 대해 알려진 바는 많지 않고, 과연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다양한 얼굴의 모차르트는 오페라 계의 거두이면서도 교향곡, 실내악곡, 협주곡 등 다재다능의 재능을 발휘했다. 너무 높이 날다보니 살리에르 같은 경쟁자들도 낳았고, 폭발적인 천재성 때문에 다분히 비인간적(천박)으로 비쳐지기도 했는데, 대중 역시 모차르트의 음악과는 고뇌을 함께 하기가 쉽지 않다.
너무 밝기 때문에 피하게 되는 음악…, 바로 천재 모차르트의 음악이기도 하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오히려 가장 비 모차르트다운 음악이 역설적으로 사랑을 받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인기곡 ‘레퀴엠’을 비롯 오페라 ‘돈 지오바니’의 음침한 선율 등이 그것이었다.
피아노 협주곡 20도 모차르트의 작품 중 가장 역설적인 작품이었다. 시작부터 ‘레퀴엠’ 같은 불길한 징조가 깔리기 시작한다. 바로 2달 전에 작곡한 ‘19번’에서같은 밝은 햇살은 찾아볼 수 없다. 모차르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수수께끼에 속하는 작품으로, 어두운 이 작품에서 2악장과 같은 아름다운 선율이 탄생된 것도 불가사의였다.
마치 푸른 창공을 도도하게 날던 잠자리가 어느 날 갑자기 거미줄에 걸린 모습과 같다고나 할까, 20번은 다분히 절망적이면서도 삶에 대한 어떤 성찰이 느껴져 온다. 그러나 불안보다는 유쾌한 절망이… 우수보다는 꿈으로의 전이, 회상적인 감상이 아름답다.
모차르트는 35세로 요절하고 말았고, 인생의 진정한 아픔을 느끼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에 죽었다. 죽음에 대한 예감 때문이었을까, 피아노 협주곡 20번은 꿈과 우수가 랑데뷰… 말할 수 없는 잔잔한 서정 속으로 이끌어간다.
꿈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법이다. 현실은 아무리 완벽해도 불안의 조건일 뿐이다. 음악(꿈)의 메신저 모차르트는 말년에 오히려 희망의 명작들을 남겼는데, 그 속에 살아있는 불꽃… 찰라의 희망이 마치 한 마리의 새가 된 듯… 낭만의 속삭임으로 뭇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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