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A 23명등 가주서 241명, 전국 7천-8천명 물려
많은 비로 쥐·다람쥐 늘면서 이들 먹고사는 뱀도 번성
방울뱀 서식지까지 개발 확대로 사람과 뱀 ‘대면’ 잦아
호기심에 겁 없이 접근하다 손·팔 물리는 경우 수두룩
러닝 스프링스에 사는 건축업자 케빈 피케로아(21)는 며칠 전 바스토우 인근에서 캠핑을 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다 모하비 방울뱀을 밟았다. 타이어에 깔린 뱀은 죽은 듯했다. 그는 기념으로 뱀의 머리를 후려쳤다. 죽은 것으로 만만히 보고 뱀의 머리를 잡으려고 손을 아래로 뻗었다. 몸은 약 3피트 정도였다. 갑자기 뱀이 몸을 비틀더니 피게로아의 왼쪽 검지를 깨물었다.
독이 팔에 퍼지는 것을 느꼈다. 팔이 차가워지고 쑤시기 시작했다. 로마린다 대학병원으로 갔다. 응급실 신세를 져야 했다. 봄철은 뱀에 물려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많다. 산행이 잦고 뱀이 자주 출몰해 뱀에 물려 고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캘리포니아에는 33종의 뱀이 사는데 이 가운데 6종은 독사다. 이들이 봄에는 따뜻한 햇살을 즐기려 기어 나온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 자연을 즐기러 나온 주민들, 부주의한 조경사, 관광객들이 타겟이 된다. 가볍게 여길 게 아니다. 잘못하면 목숨까지 잃는다. 해독 전문의들이 여느 때보다 바빠지는 절기이기도 하다. LA타임스가 최근 이 얘기를 소상히 보도했다.
로마린다 대학병원 응급실에는 연간 약 50명이 뱀에 물려 들어온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주요한 이유 가운데 개발 확대가 꼽힌다. 사막, 산, 언덕지역 등지에 개발의 손길이 뻗어가면서 뱀과 사람의 접촉이 잦아진다. 유카이파의 한 남성은 애완 방울뱀에게 물렸다. 뱀은 15초 동안 이빨을 놓지 않았다. 주인은 코에서 피가 흘렀고 장에 독이 퍼졌다.
루선 밸리의 한 남성은 뒷마당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어 방울뱀을 멀찌감치 던져버리려 했다. 그러다 검지 손가락을 물렸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구토증세를 보이고는 눈을 뜨지 못했다. ‘여호와의 증인’의 교인인 이 남성은 종교적인 이유로 독이 퍼지는데도 수혈을 거부했다. 다행히 병원에서 5일간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사라 맥데니얼은 조슈아 국립공원에서 바위를 타고 내려오다 방울뱀에 왼손 중지를 물렸다. “선인장 가시에 찔린 줄 알았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을 문 뱀을 사진 촬영했다. 그리고는 병원으로 갔다. 몸에 퍼진 독을 제거하기 위해 912달러짜리 해독주사를 맞아야 했다.
매년 전국적으로 7,000~8,000명이 독뱀에 물린다. 생명을 잃는 경우도 심심지 않다. 오렌지, 리버사이드, 샌디에고, 샌버나디노, 임피리얼 지역을 관장하는 캘리포니아 독물질 통제시스템의 의 샌디에고 지부는 올해 시즌에만 뱀에 물렸다는 신고를 약 20건 접수했다. 매년 최소 50건 정도를 접수받는다고 한다.
2004년 캘리포니아에서 독뱀에 물린 사람은 LA카운티 23명, 오렌지, 리버사이드 17명, 샌버나디노 10명 등 24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은 독뱀이 들끓는 지역이다. 치노 힐스, 테미큘라, 빅토빌 등지에서 안전사고가 잦다.
뱀들의 생태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20년 전에는 주로 낮은 곳을 공격했다. 등산객이나 골퍼들의 발을 무는 것이 전체의 3분의2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제는 주거지가 점차 외곽지역에까지 확산되고 뱀 서식지에서 캠핑하는 사람이 늘고 산길에서 자전거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손과 팔을 물리는 경우가 증가했다. 뱀을 가지고 놀다가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요즘은 방울뱀들이 짝을 찾아 나서는 시즌이다. 방울뱀 수컷은 암컷을 만나기 위해 여기 저기 땅으로 기어 나온다. 눈에 자주 띄는 뱀을 신기하다고 접근해 경솔한 동작을 하다간 독을 쏘여 낭패를 본다. 지난겨울 비가 많이 와 쥐와 다람쥐가 부쩍 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이들을 먹는 뱀이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다가오는 여름에 독뱀에 물려 병원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여름이 지나도 한시름 놓을 일이 아니다. 새끼 뱀들이 가을에 몸집을 불려 독을 뿜어댈 ‘목표물’로 접근할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