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헤브너(29)는 연방공무원으로 일하는 것을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노스웨스턴대학에서 바이러스학 박사학위를 받은 헤브너는 졸업 후 사기업에 취업할 계획이었다. 특히 제약회사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연방정부에서 일하는 게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연방정부 업무환경을 가상으로 설정한 온라인 게임을 해 보고 나서 태도가 바뀌었다.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가 최근호에서 이를 소개했다. 물론 헤브너만 연방공무원에 대한 유별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이미지가 그러하다. 시애틀에 있는 공공정책 연구센터인 파네타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연방공무원에 대해 주목할만한 관심을 보인 학생들은 불과 29%에 지나지 않았다. 관심이 있어 지원한 사람들조차도 그 과정이 복잡하고 혼동을 야기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온라인 게임‘공직도전’에 학생 2,500명 참여, 80명 통과
가상기관에서 제한된 예산·인력으로 비상 대처능력 발휘
“업무 진행 느리고 복잡하다”고정 이미지 개선에 기여
연방공무원 절반이 5년 내 은퇴연령…‘젊은 피’수혈 시급
워싱턴 DC의 브루킹스 연구소가 대학 4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공무원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이 너무 느리고 복잡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연방정부로서는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니다. 향후 5년 내 현직의 절반 가량이 은퇴연령에 도달하게 된다. 그 공백을 적절히 메워야 하는데 유능한 인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공무원을 기피하고 있으니 말이다.
공직에 대한 관심을 제고할 목적으로 US뉴스&월드리포트는 바이브런트 연구소와 손잡고 공동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공직도전’(Public Service Challenge)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가상의 정부기관인 ‘국립전염병통제센터’에서 일하게 된다. 근무기간은 4년이지만 시뮬레이션 프로젝트에서는 이를 4주로 압축했다. 이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기관의 예산과 조직을 잘 관리하고 직원채용에서부터 전염병 예방에 이르는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대학생과 대학원생 2,500여명이 전구에서 참여했으나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약 80명만이 주어진 임무를 완수했다. 온라인 게임의 승자들은 워싱턴 DC를 방문할 기회를 갖는다. 올해 아메리카가톨릭대를 석사학위를 받는 앤디 모팻은 공직의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모팻은 “공직사회가 느린 것 같지만 실제 온라인 게임을 해보니 공직 사회의 역동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온라인 게임의 큰 틀은 이렇다. 참여자들이 전염병통제센터에서 재정문제와 직원배치 문제 등에 전념하고 있을 때 갑자기 전염병 확산우려에 대한 긴급 소식을 접한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비상 상황에서 의료 연구에 착수하고 국민들에게 전염병의 위험성을 홍보하는 한편 유사시 필요한 의료장비와 약품 등을 추가 확보하는 일을 하게 된다. 여기서 누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일을 추진하느냐가 관건이다.
온라인 게임은 항목별 점수로 석차를 매긴다. 전염병으로부터 시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또 이 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사망률, 주사나 약을 기다리는 시간, 클리닉에 들어가는 데 기다리는 시간 등으로 수치화 한다.
바루치 칼리지 4학년인 수자나 제이드는 원숭이에게서 옮는 가상의 수두에 대해서는 예방주사를 놓지 않고 그 대신 대 국민 홍보에 예산을 투입하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 전염병이 실지로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이드는 치명적 바이러스인 배리볼라 때문에 병원에 침상을 많이 준비하고 약을 추가 비축하는 데 예산을 썼다. 그래도 결국 약 300명이 사망했다.
캔자스대 행정학 대학원을 졸업하는 릭 오스본은 이번 게임에서 한 분야의 일을 그 분야에 국한시키지 않고 다른 분야들과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해결한 덕분에 좋은 점수를 받았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사기, 생산성과 같은 변수가 전염병 대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간파했다.
대학원생들 간 경쟁에서 1등을 한 헤브너는 공직에 마음이 끌린다. 그녀는 실제 질병통제 및 예방센터나 다른 관련 기관에 응모할 예정이다. 이번 온라인 게임에서 거대한 기관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데 필요한 능력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연구직에서 일할 생각이었으나 관리직에 소질이 있음을 알고 진로를 바꿀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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