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기차를 탈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커넷티컷 주의 기차역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실내 공기가 너무 탁해 선로 방향으로 나갔습니다.
3번 트랙에 기차가 도착한다는 안내 모니터를 확인하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는데 정확한 시간에 기차가 도착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기차에 올라탔는데 출발하자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 부부는 필라델피아 행을 타야 했는데 이 기차는 뉴욕 센트럴 파크로 통근 열차였습니다. 우리가 탈 기차는 바로 그 다음에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차장에게 물었더니 종착역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펜 스테이션까지 가면 혹시 필라 행 기차를 탈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교통이 혼잡한 뉴욕에서 그게 가능할까? 아내와 말다툼이 시작됐습니다. 아내는 내가 기차를 가끔 탔으니 어디 가는 기차인지 알았을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지요.
저는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무조건 올라탄 것이라고 변명하기에 급급하였습니다. 괜히 나만 당하는 것 같아 뒤 따라오면서 한번쯤 확인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 아니냐고 아내에게 핀잔도 주었습니다. 몇 번 말을 주고받다 아내는 눈을 감고 아예 소리 내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차마 기차 안에서 통성 기도를 할 수 없어 “필라에서 기차를 내리자마자 바로 심방 약속이 있고, 심방이 끝나자마자 선교 학교
졸업식에 설교하러 가야합니다.
필라 행 기차를 놓치면 모든 계획이 물거품인 것을 주여 하감하고 도와주소서”라고 기도했습니다. 뉴욕 센트럴 파크 역에 내리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펜 스테이션으로 달렸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미 포기한 상태로 역무원에게 표를 보여주니 “필라 행이 30분 연착이어서 15분 후에나 들어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할렐루야를 연발하고 저도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커네티컷에서 놓친 기차를 뉴욕에서 갈아타고 필라에 내려오면서 실수를 통하여 감사하였습니다. 첫째 고정 관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제 시간에 들어왔으면 틀림없이 내가 탈 기차라는 고정 관념 때문에 확인 없이 올라탄 것이 문제였습니다.
둘째 잘못은 우리가 해놓고 하나님을 괴롭게 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내가 상식선에서 할 일만 제대로 하여도 하나님은 큰 영광 받으실 텐데 말입니다. 셋째 하나님은 그렇게 실수 많은 우리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이
를 계기로 성공하게 만드시는 좋으신 분입니다. 나는 작지만 역시 하나님은 크시네. 필라에 오는 기차 안에서 깨달은 작은 진리였습니다. 오늘도 에셀 나무를 심으며....
글 :호성기 목사(필라 안디옥 교회 담임)
삽화 : 오지연(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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