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TV ‘금쪽같은 내 새끼’ 안진국 역
남궁민 화보
욕심많은 청년이다. 지금껏 보여왔던 ‘허허실실’ 미소 작전은 그저 ‘작전’이었을 뿐이다.
KBS 1TV ‘금쪽같은 내 새끼’(극본 서영명, 연출 이상우 권계홍)의 주인공 안진국을 연기하고 있는 남궁민(26)에게서 숨겨놓았던 욕심을 읽을 수 있었다.
안진국을 연기하기 전까지 그는 시트콤 ‘대박가족’과 주말극 ‘진주목걸이’에서 철없어 보이지만 마음만은 순수한 배역을 주로 해왔다.
처음 시놉시스로 만난 안진국은 반항적이고 염세적인 면모가 있었습니다. 나도 이런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 역을 택했죠. 안진국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가 재혼해 어려서부터 애정결핍이 있는 인물. 고희수(홍수현 분)를 만나 조금씩 변해간다. 그가 새엄마 역의 양금석과 벌이는 갈등은 드라마 초반 시청률을 이끄는 견인차였다.
갈등 고리가 점점 약해지는 게 아쉽습니다. 그러나 일일 드라마를 하는 동안 선배들과 호흡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를 익히고 있고,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목소리 톤이 좋다는 말을 건넸더니, 목소리만 좋지, 발성은 전혀 안 돼 있다고 스스로 가차없는 평을 했다. 대사가 많은데 어느 순간 호흡을 놓쳐버리면 휩쓸리고 만다면서 요즘 차안에서 아, 에, 이, 오, 우를 소리내어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대 기계공학과 출신. 공대에 이리도 여자가 없을 줄 몰랐다고 웃는다. 전혀 다른 전공이기에 궁금증이 일었는데 한 마디로 대답한다. 점수에 맞춰 갔어요. 그는 TV를 보다가 MBC 공채 탤런트 모집 자막이 뜨기에 장난삼아 원서를 냈고, 실기 면접을 보러갔다. 전혀 꿈도 꾸지 않았던 길이었고, 준비도 하지 않았기에 당연히 미역국. 그런데 이상했다. 오디션을 보는 내내 흥분됐던 것.
꿈이 생겼어요. 살아 있다는 생생한 느낌을 받았죠. 교직에 계시는 아버님과 어머니 말씀 잘 들으며, 평소에 긴장할 일 별로 없이 살았던 제가 처음으로 부모님 말씀 거스리고 삐딱하게 나갔습니다. 매니저도 없이 혼자 오디션 보러 다녔다. 그래서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여현수의 친구로, ‘나쁜 남자’에서 여자친구 서원이 키스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나약한 남자친구로 등장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여기까지 온 것이다.
자기 주관이 분명한 이 청년, 하고 싶은 걸 하려면 하기 싫은 것도 굉장히 많이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말로 슬슬 품고 있는 목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가 하고 싶은 건 영화다. 그러나 영화배우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경험과 내공, 그리고 무엇보다 닥치는 대로 소화할 수 있는 연기력이 필요하기에 그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것.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정도의 위치에 오면 즐기면서 할 거예요. 목표에 오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항상 무엇에 이끌려 가듯, 쫓겨 가듯 한다면 얼마나 불행한 삶이겠어요. 어라, 점점 더 노골적이다.
그래서 물었다. ‘어느 위치까지 올라가고 싶냐’고. 그는 곧바로 지금 제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위치까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단역에서 시작해 지금은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일일드라마의 타깃층이 폭넓은 까닭에 젊은층부터 아주머니들까지 이젠 ‘남궁민’이란 이름으로 기억한다. 이 때문에 추리닝만 입고 다녔던 평소 스타일에서 벗어나 청바지에 면티라도 입고 나간다.
그가 앞으로 헤쳐 나갈 길은 지금보다 훨씬 더 험할 수 있다. 스스로 주문하듯 겸손을 잃지 않으면서도 쑥쑥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흥미로울 듯하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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