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계약 연장 불가로, 빠르면 두달후 재개업
“삶의 전부였던곳, 너무 아쉽죠”
‘GG 한인상가지역’의 생생한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향촌식당(업주 오영대·69)이 잠시 한인들의 곁을 떠난다.
84년 8월 가든그로브 메인 스트릿에서 현 장소(12921 Fern St.)로 옮겨와 20년 가까이 OC 한인사회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식당은 23일 식당을 사랑했던 사람들을 초청, 조촐한 모임을 갖는 것으로 한 시대를 마감한다.
식당은 빠르면 2개월 후 한남체인 가든그로브 매장 샤핑몰로 이전, 새로운 도전의 시대를 펼쳐나가게 된다.
“삶의 전부가 배어 있는 곳입니다. 서운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지요. 재정 관리를 제대로 못해 빈손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왜! 오씨는 “건물주가 식당의 임대계약을 연장해 주지 않아 부득이하게 문을 닫게 됐다”며 “고객들이 임대료를 내지 않아 장소를 옮기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설명했다. 산부인과 의사인 한인 건물주 주덕상씨는 “5년 전 임대계약을 맺을 때 임대를 연장하지 않기로 계약했다”며 “임대계약은 이미 3월31로 끝난 상태”라고 밝혔다. 전체 면적이 3,000스퀘어피트로 80명의 고객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의 월 임대료는 5,000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동장·대하 등 GG의 다른 한인 대형 식당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음에도 불구, 꿋꿋하게 생명력을 유지했던 향촌은 개업 후 첫 7년은 그야말로 전성시대를 누렸다.
생선찌개인 서덜찌개와 게장을 전방에 내세워 고객몰이에 성공을 거두었으며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던 모습을 어제 일처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음식이 깔끔하고 맛이 있다는 평을 들었지요. 한때는 본국에서 미국을 방문하는 연예인들은 으레 한번쯤 식당을 들렀는데…” 오씨는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잠시 후 “식당 운영을 등한시했지요” 식당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정답을 토로했다.
오씨는 친구 5명이 각각 5,000달러를 내는 등 도와줘 식당을 개업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친구들에게 보답을 못해서 인심을 잃었다”고 아쉬워하면서 “하지만 사회적으로 많은 봉사활동을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개업 후 지금까지 오씨의 부인 오영옥씨는 연중무휴로 식당 일을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오씨는 “식당 이전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부인을 위해서라도 처음 향촌을 개업했던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직 젊지 않습니까. 며느리에게라도 식당을 물려줄 결심입니다.” 황혼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오씨의 마지막 말이 전혀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다.
<황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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