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안된채 마구 출마
한인유권자 실망 키워
투표참여 무관심
한인단체들 제기능
못하는 것도 큰 원인
주류사회 정치무대에서 약진하고 있는 중국계 등 다른 아시안에 비해 한인들의 정치활동이 저조한 이유는 다양하다.
한인사회 정치력 향상에 가장 큰 장애물은 우선 저조한 투표율로 나타나는 무관심이다.
지난 2000년 내셔널 사이언스 재단과 KSCI-TV가 공동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인 유권자들의 투표율 34%는 아시아계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저조한 투표율은 정치 무관심이 반영된 현상이고, 이런 정서는 후보 배출 가뭄 현상으로 이어진다.
가든그로브 부시장과 시의원을 지낸 정호영씨는 “지난 92년 출마 당시 한인 유권자는 480명밖에 되지 않았고, 그나마 이들 중 투표한 한인은 미미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 소도시 시의회에 출마한 한인 후보자는 “시민권을 취득한지 20년이 지난 한인이 유권자 등록 방법을 문의한 적이 있다”며 시민의 기본권리 행사를 외면해온 실상을 전하기도 했다.한국의 각종 선거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한국 정치인들이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안내와 후원을 자처하는 열정과는 좋은 비교가 된다.
지난 1월 말 37세의 나이에 대도시 샌프란시스코 시장으로 당선된 개빈 뉴솜은 선거 다음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차이나타운을 방문했다. 500여 중국계의 환호 속에 뉴솜 시장은 “여러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목이 멨다.
한인들의 적극 투표 참여 없이는 선거 당락을 결정하는 정치력을 과시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망상일 수밖에 없다.
그 동안 우후죽순으로 출마를 선언한 한인 후보들의 자질 또한 문제다. 시의원을 역임한 한 한인은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은 충분한 준비를 한 선수가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지금껏 한인 후보들은 유명해지고 싶은 명예심과 자기 과시를 위해 선거에 출마했다”고 지적했다. 당락을 좌우하는 출마 지역 주민들과는 평소 왕래하지 않다가 선거를 앞두고 입후보해 한인사회 지지로 당선되길 바라는 무모한 후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수많은 한인단체들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찰스 김 한미연합회(KAC)사무국장은 “현재까지 한인사회의 지지를 등에 엎고 출마해 당선된 후보는 한 사람도 없다”며 “정치인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식사 한번 같이 하는 것이 정치운동의 전부인지 아는 우리 현실로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수년 전 오렌지카운티 한 소도시 시의회에 출마했던 한인은 “단체장이라는 사람들이 지원은 커녕 출신 지역, 학교, 후보의 성격을 이유로 오히려 훼방을 놓았다”며 “이런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한인 정치인 배출은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비관했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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