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지해남씨가 두 오빠의 사망 소식에 대해 간증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차례 탈북에 성공.탈북자 지해남씨 산호세서 간증
“북한에서 힘든 생활 가운데 나도 모르게 ‘하나님’을 찾게 됐지요”
2002년 1월 14일 한국에 귀순한 탈북자 지해남(55, 함흥 출생)씨가 산호세 하나님의 교회에서 지난 16일 오후 8시 탈북자 특별간증시간에 북한의 실상을 긴증을 통해 밝혔다. <본보 4월 14일자 종합면 참조>
‘오, 주 없이 살 수 없네’란 찬양으로 시작한 지씨는 “북한에서는 김정일이 집권한 이래 역전 대합실에서 하룻밤에도 예닐곱 명의 아이들이 굶어죽고 있다”며 “독재 정권하에서 수많은 가정이 파탄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수한 함경남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지씨는 2차례의 탈북 과정을 참석한 성도들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굶어죽을 각오로 두만강을 건너던 첫 번째 탈출로부터 중국에서의 피폐한 생활, 그리고 중국인에게 노예로 팔려 성폭행을 당한 일을 설명할 때에는 눈시울을 붉히는 교인들이 하나둘 눈에 띄었다.
1998년 탈북한 지씨는 지난 2000년 한국으로의 탈출에 실패했다. 중국에서 고무보트를 훔쳐 타고 한국으로 남하도중 엔진고장으로 인해 중국공안에 붙잡혀 북한으로 압송되었던 것. 탈북자 특별 수감소에서 지씨는 인간이하의 모멸을 받으며 아들나이 또래의 안전원에게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전했다.
지씨는 “세계 각국의 구호물자는 인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기 제조 에 모두 쓰이고 있다”며 “감옥안에서 180g의 배추국에 절인 국밥을 얻어 먹으려고 해도 지령과제를 완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씨는 탈북 이후 중국에서의 힘든 생활 속에서도 하나님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투른 기도로 늘 하나님에 의존했다고 한다.
감옥에서 힘들게 생활하던 지씨에게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북한 당국에서 탈북자도 석방해준다고 광고할 목적으로 지씨를 함흥 집까지 풀어 준 것. 지씨에 따르면 집 앞에서 다시 잡혀 감옥으로 돌아갔었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지씨는 북한으로 압송되기 전 항문에 꼬깃꼬깃 넣어둔 중국돈 400위안 가운데 300위안을 뇌물로 건네고 풀려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1년 1월 1일 함흥역에 도착한 지씨는 두 오빠의 집을 찾았으나 이들이 굶어죽게 될 지경에 이르러 양잿물을 먹고 자살했다는 소식을 큰 오빠로부터 전해 듣고 목놓아 울었다고 한다. 지씨는 이 대목에서 눈물을 쏟으며 간증했다.
며칠 후 총살당할 각오로 다시 두만강의 얼음을 타고 중국으로 건너간 지씨는 중국에서 한국인 목사를 만나 세례를 받고 다시 한국행을 결심한다. 결국 지씨는 중국국경을 넘어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을 거쳐 2002년 1월 14일 한국에 도착했다.
지씨는 한국에 도착한 이후 정부로부터 13평 아파트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면 혼자 아늑한 향락을 누릴 수 없어 북한의 인권유린 및 실상을 알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고 말했다.
현재 지씨는 한국 자유총연맹의 강사로 재직 중에 있으며 지난 2003년 6월 4일에는 미국 상원의원에 출석해 북한의 실상에 대해 증언하기도 했다.
간증이 끝난 후 이 교회 고창훈 장로는 “생각보다 참담한 북한 현실에 놀랐다”고 말했으며 신성희 성도는 “이렇게 복을 누리며 사는데 하나님께 감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회개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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