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수석협회
정 크루거씨
전쟁과 테러위협으로 어수선했던 2003년을 반면교사 삼아 올핸 ‘자연 바라기’가 늘어났으면 합니다
한인 수석협회의 정 크루거(53)씨는 14년째 수석에 푹 빠져있다. 셔먼 옥스의 언덕 꼭대기, 그녀의 집과 마당에 구석구석 놓인 수석 300여 점은 인생을 고찰하는 ‘거울’에 다름 아니다. 산수경치를 빼어나게 담고 있는 수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한결같음, 무연함 앞에서 숨을 고르며 자신을 단련하게 된다고 한다.
여행이야 좋아했지만 수석이라곤 전혀 몰랐던 그녀가 이 세계에 눈 뜬 건 남편 단 크루거씨를 만나면서부터. 둘 다 마음이 시달릴 때면 훌쩍 짐 보따리 싸서 산, 들, 강으로 떠나는 게, 워낙 ‘친자연’ 체질이라 이들의 데이트는 로드무비의 반복이었단다.
지금도 이들은 돈과 시간 여유가 생기면 북가주와 워싱턴, 애리조나 등 강과 사막으로 수석 탐사를 떠난다. 하여 좀체 돈이 모이지 않고, 유럽 여행도 자꾸 미뤄지지만 건강한 두 다리로 산야를 쏘다니며 ‘조물주가 빚은 작품’을 채집하는 기쁨은 이 모든 것을 대체하고도 남는다고 한다. 한번은 비행기 타고 워싱턴주로 탐사를 갔다가 돌을 너무 많이 주워 렌트카로 내려온 적도 있다.
그러나 한국서 원정까지 와 장삿속으로 수석을 캐 가는 일부 한인들에 대해선 할말이 많다. 채취가 금지된 국립공원에서도 인부를 동원, 불도저로 파내 상업화하는 바람에 수석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리기는커녕 어글리 코리안 이미지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화 ‘더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보듯 문화홍보에 강한 일본에 비해 한국은 너무 소극적인 게 안타깝다는 크루거씨는 한인수석협회 주최의 수석 전시회를 오는 10월 데스칸소 가든에서 추진 중이다.
건강할 때 열심히 돌아다니고, 늙어서는 좋은 수석이 많은 워싱턴주에서 사는 게 꿈이라는 그녀는 열두 띠 가운데 호랑이, 용, 양 등 9개는 찾았으니 갑신년인 올해는 원숭이 형상을 담은 수석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oo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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