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
벌써 봄 ? 들녘의 잔디가 참으로 푸르다. 주말에 야외를 드라이브하다보니 문득 어린 시절의 동요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어린 시절 건국대학 캠퍼스 근처에서 살았었다. 국내에서도 가장 드넓기로 유명했던 건국대 캠퍼스는 농대, 축산대등이 우리집 근처까지 뻗어있었다. 비가 많이 와 건대의 호수에 물이 불어나면 학교측에서는 수문을 열어 놓곤 했는데 우리는 옷 핀을 휘어 만든 가짜 낚시바늘로 호수에서 쏟아져 나오는 붕어, 잉어, 눈먼 새우등을 잡느라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당시 건대 호수(명칭은 잊었지만)는 국내에서도 가장 큰 인공호수 중의 하나로서 그 웅장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건너편이 까마득하게 보일만큼 커 보이던 호수… 꿈을 키우던 그 장소를 성장한 후 다시 찾았을 때는 왠지 절반으로 줄어 든 느낌이었다.
추억의 장소란 늘 되돌아가 보면 자신이 그리던 곳이 아니다.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자신 변했기 때문이다.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세계… 추억의 얼굴들… 추억의 음악… 모두가 그러하다. 제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음악도 추억을 회상해주는 질료이기는 하지만 감정은 어제 같지가 않다. 언제 들어도 정답기만 하던 소품들도 다시 들어보면 먼 전설의 이야기처럼 낯설게 변색되어 있곤 한다.
청소년 시절에 즐겨듣던 베토벤의 로망스… ‘타이스의 명상곡’… 모두가 이제는 먼 이방에서 들려오는 듯 낯선 신비감만이 느껴지곤 하는 것은 삶을 그만큼 멀리 걸어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삶이 그만큼 내게서 멀어져 가고 있기 때문일까?
바이올린 곡 중 제일 아름다운 곡을 꼽으라면 선뜻 대답하기가 망설여지지만 소품을 꼽으라면 슈만의 ‘꿈’(피아노로도 연주됨), 드보르작의 ‘유모레스크’, 엘가의 ‘사랑의 인사’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바하의 무반주 파르티타 2번(샤콘느)을 제일 좋아하지만 대중의 인기도에 있어서는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곡’, 베토벤 ‘로망스 F장조’등도 이에 따를 작품이 없다.
그중 ‘타이스의 명상곡’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한번쯤 감상에 빠져보았을 로맨틱한 작품이다.
’타이스의 명상곡’은 소품으로 취급되고 있지만 외적인 미뿐만 아니라 내면의 멋까지 풍기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대곡에 비해 손색없는 작품성을 과시하고 있다.
이 곡은 오페라 ‘타이스’ 2막에서 주인공 아타나엘이 타이스에 대한 명상에 빠져들 때 나오는 곳으로 매우 슬픈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곡이다. 곡은 어둡고 탄식하 듯 시작되며 애조 띤 그림자를 짙기 드리우다가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절망적인 애수를 남긴 채 끝맺게 된다. 관능적인가 하면 어딘가 내면적이고 내면적인가 하면 어딘가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고뇌를 느끼게 하는 이 곡은 음악의 여러 모습 중 가장 역설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아마도 오페라의 내용에 영향을 받은 듯 지성적인 맛과 감성적인 맛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매우 고풍스러운 곡이다.
마스네(佛 1842-1912)는 프랑스에서 탄생 ‘마농’과 ‘타이스’, ‘베르테르’등 수 편의 명작을 남겼는데 ‘마농’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이어 ‘타이스’가 파리 초연이후 수년간 장기 공연을 기록하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 작품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시 새크라멘토에서 유럽으로 건너온 천재 소프라노의 시빌 샌더슨의 노래를 듣고 마스네가 감명을 느낀 나머지 작곡한 작품이라고 한다. 시빌 샌더슨의 미모, 환상적인 목소리에 반한 마스네가 그녀와 어떤 로맨스를 남겼는지는 알 수 없으나 ‘타이스’라는 작품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마스네의 고뇌를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명상곡’으로 널리 알려진 마스네의 ‘타이스’는 마스네의 52세때 작품으로 문호 아나톨 프랑스의 소설을 소재로 하고 있다. 내용은 4세기경 이집트의 아름다운 무희 타이스와 수도승 아타나엘의 비극적인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타락한 무희 타이스에게 종교적인 감화를 끼치기 위해 다가갔던 아타나엘은 오히려 타이스의 아름다운 육체에 넋이 홀려 고뇌하게 된다. 극은 타이스가 성화되어 영혼이 구원을 얻는 반면 아타나엘은 타이스로 인하여 영혼이 몰락하는 것으로 끝맺게 된다.
’명상곡’은 2막의 1장, 2장사이에 등장하는 곡으로 육체와 영혼사이에서 번민하는 타이스와 타이스의 유혹을 물리치고 육체적 정열에서 벗어나려는 아타나엘의 종교적인 정열을 나타내고 있다. 바이올린 독주로 약 5분이상 연주하게 되며 바이올린 곡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