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는 태양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보통 약력으로 12월 22일에 드는데 때로는 23일에 들기도 합니다. 동짓날이 되면 일년 중 낮이 가장 짧아졌다가 동지 시를 기점으로 하여 낮이 점차적으로 길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태양이 다시 태어난다는 뜻으로 설 다음가는 작은 설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동국세시기>에서는 동짓날을 ‘아세(亞歲)’라고 하였고, 민간에서는 ‘작은 설’이라 하여 정월 설날에 떡국을 ‘먹고는 한 살 더 먹었다’고 하는 것처럼 동지에 팥죽을 먹고는 ‘한 살 더 먹었다’고 했던 것입니다.
특히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대문이나 집 주변에 뿌리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옛 사람들은 귀신이 어두운 밤에만 활동하고, 밝은 곳에서는 꼼짝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귀신이란 존재는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밝은 빛이나 붉은 색을 보면 달아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동짓날은 일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입니다. 따라서 일년 중에 귀신들이 가장 왕성하게 오래 활동할 수 있는 날이 바로 동짓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동짓날에 귀신들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방도를 강구해야 되는데, 귀신이 싫어하는 빨간 색깔을 이용해서 이를 물리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빨간 팥으로 죽을 쑤어 온 집안 구석구석에 뿌리는 풍습이 생겼던 것입니다.
또한 동짓날은 태양이 죽어다 다시 태어나는 때이므로 묵은 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잡귀와 병마들의 재앙을 물리쳐 복을 불러오는 “원화소복(遠禍召福)”의 의미를 갖고 있는 날이라고 믿었습니다.
이 세시 풍습에 따라 우리 불교에서도 동짓날이 되면 지난해의 죄업을 소멸하고 잡귀와 재앙을 멀리하여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는 참회기도를 합니다.
옛사람들은 ‘벽에 틈이 생기면 바람이 들어오고, 마음에 틈이 생기면 마가 쳐들어온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재앙이나 잡귀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을 밝히고 술꾼들을 유혹하는 유흥업소가 밤거리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도, 그 곳에 유혹을 느끼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에 허점이 생겼을 때는 마는 언제나 쳐들어옵니다. 허된 생각으로 일을 시작하거나, 또 기도하는 사람이 너무 성급히 기도성취를 바라거나, 엉뚱한 소원을 가지고 기도를 하면 마는 우리 마음속의 틈을 간파하고서 달라붙을 것입니다.
동짓날을 기회로 하여 지난해를 점검해 보고 마음의 빈틈을 주지 맙시다. 마음에 틈이 생기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지나친 욕심 때문입니다. 지나친 욕심을 부리면 다 채우지 못한 욕망의 틈 사이로 마가 불쑥 고개를 내밀고, ‘내가 그 욕망을 가득 채워주겠노라’하고 유혹할 것입니다.
우리 다 같이 근면하고 성실하고 밝은 마음으로 마의 유혹을 물리치고 자기자신과 가정을 지켜가야 하겠습니다.
수원 스님(샌프란시스코 여래사주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