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도 공안정국이라는 것이 있을까?
최근 한 독자로부터 요즘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이 한국에서 3공-유신-5공 정권 때 지겹게 겪은 공안정국을 보는 듯 하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고 일부 공감이 갔다.
그는 미국이 거의 2년간 공항과 항만 등을 봉쇄하다시피 검색한 마당에 이제 미국 땅에서 다시 대규모 테러가 일어날 것이라며‘오렌지 코드’ 경고를 발동하는 정부 조치를 솔직히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국민에게 불안감을 가중시켜 전쟁만이 필연적 해결책이라는 부시의 지론을 세뇌시키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반전무드가 팽배한 시애틀에서는 그의 이 같은 생각이 호소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반전주의자들은 부시 행정부가 전통적 맹방인 프랑스와 독일에까지 등을 돌리면서 전쟁불사를 외치는 이유는 차기 대선을 겨냥, 전쟁을 통해 경제 회복의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극단적 논리까지 편다.
이런 반전무드 속에 일부 한인업주들은 아이러니 하게도 ‘전쟁이 빨리 나버려라’며 본의 아닌 주전론자가 돼가고 있다. 전쟁이 나도 경기가 지금보다 더 나빠지겠냐는 일종의 오기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전쟁 후 경기가 어떻게 급변할 지 몰라 우선 씀씀이를 줄이고 현금을 움켜쥐고 있어 매상이 뚝 떨어졌다며 어차피 터질 전쟁이라면 하루 빨리 터져 돈이 돌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주는 전쟁이 나면 우선 군수산업이 호황을 맞고, 미국이 손쉽게 승리할 테니 유가도 안정돼 경제전반에 순풍이 불 것이라며 전문가 같은 논리를 폈다. 그는 사람을 죽이는 전쟁을 반기지 않지만 그래도‘꼭 전쟁을 해야겠다’고 저렇게 덤비니 혹시 무슨 수가 있는지 기대라도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반전주의자들과 불경기에 한숨을 짓는 한인업주들의 전쟁에 대한 시각 차는 극명하지만 한가지 일치하는 것이 있다.
전쟁이 곧 발발할 것이라는 말만 흘리며 괜히 정국을 불안한 상태로 몰아 국민을 현혹시키거나 소비심리를 위축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정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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