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제사회의 압력에 한 발 물러섰다.
미국은 17일 즉각적인 무력 사용을 자제하고, 일단 유엔의 무기사찰 경과를 지켜본 뒤 대처 방안을 논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결의안을 수일 내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미국의 ‘전쟁 포기 선언’으로 볼 수는 없다.
한 발 물러선 미국 미국의 새 결의안은 ‘선 무기사찰, 후 대책논의’를 주장한 프랑스와 러시아의 ‘2단계 결의안’ 주장을 대폭 수용한 것이다.
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밝힌 내용을 보면 새 결의안은 이라크가 비협조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사찰단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통보하고, 안보리가 즉각 회의를 소집해 대처 방안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 동안 이라크에 대한 군사 행동 경고까지 결의안에 일괄 포함시켜 유엔이 사실상 미국의 대(對)이라크 무력 사용권을 사전 승인할 것을 주장해 왔다.
16일까지만 해도 “인내심이 무한대는 아니다”라며 강경 입장을 고수한 미국의 갑작스러운 입장 선회는 국제 사회의 강한 반발과 전쟁 명분 획득 실패 때문으로 보인다.
안보리 상임 이사국으로 비토권을 가진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 미 결의안에 대해 거부 혹은 기권을 선언했으며, 16, 17일 열린 안보리 특별회의에서도 영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모든 안보리 회원국이 “무기사찰단의 활동부터 보장하라”며 미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또 최근 발리 나이트클럽 폭탄 테러 등으로 “전쟁보다 테러 척결이 우선”이라는 미 국내 여론도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쟁 포기는 아니다 미국은 현재 결의안 초안에서 무력 사용을 명시적으로 의미하는 ‘군사 행동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필요한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문구를 ‘이라크가 계속 반발할 경우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문구로 대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이라크전 포기 의지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심각한 결과’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마한 뒤 결의안 채택 이후 행동의 자유를 얻으려는 계산일 수도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17일 “지난 주 의회가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부여한 대이라크 무력 사용 권한은 새 유엔 결의안과 상관 없이 유효하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선 사찰, 후 대책 논의’ 조항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사찰 경과에 따라 군사 행동이 필요할 경우 안보리 회의를 통해 유엔의 최종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프랑스, 러시아 등의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 조항을 “이라크가 충분히 협조하지 않았으므로 이라크에 대한 무력 사용은 정당하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자동 전쟁 수행권을 주장할 수도 있다.
뉴욕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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