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s/LosAngeles/20021011/l7.jpg)
활발하게 대중적인 글 쓰기를 하고 있는 수원대 철학과 이주향 교수가 지난달 또다시 책을 펴냈다. 제목은 ‘내 가슴에 달이 들어’. 김지하 시인의 시구에서 따왔다.
강단에 서면서도 방송진행과 저술 등을 통해 일반인들과 친숙한 이 교수의 책에는 37편의 짧은 글들이 실려 있다. 여행에서부터 환경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아우르고 있는데 물론 진정한 행복과 소유에 관한 단상도 들어 있다.
‘나는 당신이 친숙합니다’라는 머릿글에서 저자는 언제부터인가 은은한 달빛을 사랑하게 됐노라고 말한다. “햇빛이 열정이고 무자비한 공명정대함이라면 당신의 빛은 그리움이고 연민이며 공감입니다. 당신이 숲에 들면 숲은 부드러움으로 충만하고 당신이 강물에 들면 강물은 깊어집니다. 해바라기처럼 크고 분명한 꽃이 햇빛의 현현이라면 박꽃처럼 희미한 꽃은 당신의 현현일 겁니다.” 차면 기울고 기울면 차는 달의 변화에서 육중한 종소리의 여운 같은 그런 울림을 듣게 됐다는 고백에서 나이가 들어가며 섭리 앞에 겸손해 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달빛을 더욱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삶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따스해 졌다는 말이 아닐까.
책 속의 글들에서는 이런 따스함이 배어 나온다. 그래서 비장하지는 않지만 그런 대로 울림이 있다. 깊은 성찰과 오랜 사유의 결과로 태어난 글들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분사분 솜씨 있게 풀어 가는 이야기들이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자연이 주는 무한한 경이와 행복감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풍요로운 인생은 돈 많이 드는 인생이 아니라 돈으로 살수 없는 것을 누릴 줄 아는 인생”이라고. 그러면서 가난할 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마르케스의 말은 빈말이 아니라고 덧붙인다. 삶을 햇빛과 같은 열정으로 비춰보지 말고 달빛 같은 여유로움으로 관조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글 속에 드러난 저자의 생각들을 굳이 도식적인 스펙트럼에 넣어 본다면 ‘진보’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성장보다 인간과 생명을 우선시 하는 것도 그렇고 몇몇 글들에서 나타나는 정치적인 성향 또한 그렇다. 그러나 많은 주제의 에세이들을 한 권으로 묶어내다 보니 어딘가 자연스럽지 않다. 좀 더 일관성 있는 주제로 엮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이 선사하는 하나의 보너스는 몇쪽 건너 한 장씩 실려 있는 컬러사진들이다. 최연숙 수녀가 찍은 것들인데 찍은 이의 마음이 해맑아서인지 사진들에 질감도 있고 정감도 넘쳐난다. 한 장의 사진이 어떤 글보다도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조윤성 기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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