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거주 우체국 근무 2일 뉴욕에 전국중계 충격

50대 한인남성이 3일 오후 뉴욕 맨해턴 유엔본부 구역에 침입, 공중을 향해 권총을 발사하고 북한정부를 규탄하는 유인물을 뿌린 뒤 유엔경찰과 미 연방비밀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 사고로 유엔건물 안에 있던 직원들이 비상 대피하는 대소동이 벌어졌으며 체포장면은 CNN 방송을 통해 미 전국으로 방송돼 충격을 주었다.
마이클 맥캔 유엔보안국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10분께 41가와 1 애비뉴 지점에서 유엔본부 철담을 넘어 구역 내로 침입한 시카고 인근 드 플레인스에 거주하는 한인 스티브 김(57)씨가 357 구경 권총을 꺼내 들고 7발을 발사한 후 총기를 바닥에 던진 후 비닐 봉지에서 20여장의 전단을 꺼내 공중에 뿌렸다.
철담 옆 가로등에 기대고 서있던 김씨는 때마침 유엔을 방문한 사이프러스 대통령을 경호하던 연방 내무부 소속 비밀경찰에 의해 즉각 체포됐다.

김씨가 쏜 총탄 중 2발은 각각 유엔 건물 18층 여자 화장실과 20층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사무실에 박혔다. 총격으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한 총탄은 한 유엔 직원 옆을 살짝 빗나갔다고 맥캔 보안국장은 밝혔다.
UN측에 따르면 유엔 역사상 유엔 건물에 총격이 가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유엔에서는 이라크 사태와 관련한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리고 있었으며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사이프러스 대통령과 환담중이었다.

김씨 전단 내용 “북 주민 참상 외면 말라”
김씨가 UN본부에서 뿌린 유인물은 자필 영문으로 작성된 것으로 제목이 “평화와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앞으로”돼 있다. 유인물에는 “빛나고 문명화된 21세기에 세계 대다수의 사람들은 평화와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굶주림과 독재 탄압의 무게 아래서 신음하고 있다. 그들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마저도 없다. 이유는 육체와 영혼, 풀과 농기구 등 모든 것이 가장 위대한 장군으로 불리는 김정일의 소유이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A4 용지 크기의 전단 마지막 부분에는 ‘A citizen of UN, Steve Kim, Oct. 2, 2002’라고 작성자를 ‘유엔의 시민 스티브 김’이라고 표기했다.

LA 김정섭, 뉴욕 신용일, 시카고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