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슬럼프인가, 아니면 진짜 실력이 이 정도인가.
LA 다저스의 추락이 심상치 않다. 전반기 54승34패의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조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2.5게임차로 앞서 1위를 달렸던 다저스는 올스타 브레이크 후 후반기 14게임에서 3승11패의 참담한 성적을 올리며 날개 떨어진 새처럼 수직 추락하고 있다. 25일 현재 57승45패로 이미 선두자리는 D백스(61승41패)에게 넘어간 지 오래고 이제는 와일드카드 자리도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57승45패)에 위협받고 있다.
한시 바삐 추락세를 반전시키지 못하면 페넌트 레이스의 꿈이 채 영글기도 전에 시들 수 있는 시즌의 일대 위기를 맞았다.
다저스가 이처럼 후반기 들어 추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즌 전반에 보여줬던 타선의 응집력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뚜렷한 슬러거가 없는 다저스로선 주자가 나가면 스코어링 포지션으로 진루시킨 뒤 후속타로 홈에 불러들이는, 즉 장타 한 방 보다는 단타 여럿을 집중시키는 소위 ‘작은 야구(Little ball)’를 표방했다. 한마디로 팀 타격으로 승부를 거는 것.
그런데 이런 방식의 야구는 안타가 산발적으로 나오고 찬스에서 적시타가 터지지 않으면 파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일단 타선의 응집력이 사라지면 마땅한 해결책도 없다. 그저 적시타의 샘물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타선의 감각이 되살아날 때까지 투수진이 팀을 이끌어 주는 길뿐이다. 언제라도 큰 것 한 방을 터뜨리며 타선의 도화선 역할을 해줄 슬러거가 없는 팀의 설움인 셈. 숀 그린이 있긴 하지만 그린은 마크 맥과이어나 배리 본즈와는 다른 성격의 라인 드라이브성 타자. 팀의 암적 존재로 평가돼 오프시즌 트레이드됐던 게리 셰필드의 방망이가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다저스는 24일 샌디에고 파드레스전에서 단 5안타를 산발로 뽑아내는데 그치며 무기력하게 영패했다. 얼마나 무기력했는가 하는 것은 5안타 중 3개가 내야안타였고 그나마 단 한 명도 2루를 밟지 못했다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시즌 11번째 셧아웃패. 캔사스시티 로열스와 탬파베이 데블레이스도 각각 올해 11번씩 영패를 당했지만 이들은 이미 플레이오프와는 거리가 먼 하위팀들로 페넌트 레이스에 있는 다저스로서는 이들과 비교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후반기의 부진이 잠깐의 슬럼프가 아니라 어쩌면 현 상태론 극복하기 어려운 다저스의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달리 뾰족한 수도 없다는 것이 다저스의 고민이다. 다저스는 26일부터 숙적 자이언츠와 원정 3연전을 갖는다. 어쩌면 시즌의 성패가 걸린 중요한 시리즈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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