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한켠엔 내키만한 항아리들과 그위와 밑을 너무도
찬란히 단장하고 있는 돌나물부터 양귀비까지.
그득이다.
나는 그 마당앞에 서면 늘 지침도 없이 앉았는다.
첫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부터 차근히 들여볼라치면
그야말로 감탄의 숨이
절로 나온다.
꽃잎의 안쪽부터 바깥쪽이 짙어져가든 옅어져가든
한색깔이 아니게 핀 꽃,
꽃잎끝만 살짝 진한 물든것하며 가장자리 꽃잎은 전체를
덮을만큼
넓다란데 속꽃잎들은 자디잔 솜털처럼 소복이 나있는 꽃도
있고
봉오리에서 터진 활짝 핀 꽃인듯 한데 꼭꼭 오므라들어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꽃, 적당한 수의 꽃잎에 수술,암술 있을건 다
갖추고서도 36개월된
아이의 가운데 손가락의 손톱만한 꽃이며 누구의 눈길도
끌지못할것이
향은 어찌나 좋은지....
하여튼 저마다 이리 나를 붙잡아 놓는다.
터진 꽃잎위로 긴 대롱을 뽑아 단것에 혼이 빠진 나비
두서너마리는 꼭 있고,
민달팽이,지렁이,무당벌레,배추벌레,개미는 천지고 큰
단풍나무의 높은 가지
쪽엔 거미들마저..
단 몇시간을 발품도 없이 앉아서도 왠만한 자연학습장에
다녀온 셈이 쳐진다.
이 마당의 빗장은 질러지는 법이 없다.
나 처럼 넋을 잃다가는 사람들의 간절한 왕래를 위하여.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무척이나 덤덤하시던 엄마는
끝까지 덤덤해지지 못하시고 그 덤덤을 진짜 광적인,
전에는 발견하지 못한 취미로 쏟아버렸다.
나무사랑,풀사랑,꽃사랑
어느날은 꽃집의 배달트럭이 두대는 집앞에 있기도 했다.
아마 그 꽃집의 모든걸 다 가져온듯 했다.
연신 엄마와 꽃집아저씨는 싱글벙글.
마당으로,거실로,방으로, 쓸쓸한 주인을 만난 화초들은
제자리를 잡아갔다.
그때 나는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았다.
엄마!!!
힘들면 나한테 말하지.
엄마가 하도 씩씩해서 우리도 씩씩한척 했어.
그렇게 시작된 엄마의 화초사랑으로 우리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갖은 꽃구경을
했고 내아들과 나는 온종일 마당앞에 있고도 질려하지
않았다.
엄마또한 애써 감추려던 슬픔같은,하지만 분명하지 않은
고독한 마음한구석을
채우게 되었다.
그 마당앞에 서면 아버지가 그래서 더욱 그립다.
아버지의,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 부쩍부쩍 자라는
그것들에게서 아버지가
더욱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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