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포함 많은 사람들은 차베스가 베네수엘라가 필요로 하는 대통령이 아니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다. 그것이 단 한나라를 제외한 모든 서방 국가가 지난 주 그를 제거하려던 쿠데타를 비난한 이유이다.
그 단 한나라는 바로 미국이다. BBC 방송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 축출 기도를 지탄하기는커녕 미국 관리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그에게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거기다 새 임시정부가 의회와 사법부, 헌법을 폐기하려 했음에도 환영하다 쿠데타가 실패하자 오히려 실망스런 반응을 보였다. BBC는 이어 "차베스의 복귀는 워싱턴을 바보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담당 보좌관은 적반하장으로 차베스에게 헌정 질서를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 스스로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렸다는 점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라는 원칙에 "미국의 이익을 보호할 때만 존중된다"는 부대 조항이 붙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주의적 관점에서도 봐도 베네수엘라 쿠데타에 대한 우리의 호의적 태도는 어리석은 것이었다. 인기 영합주의와 군사독재라는 남미의 악순환을 깨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무역과 안보, 마약 등 모든 문제에 있어 안정적인 이웃을 갖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어떻게 이를 이룩할 것인가. 시장개혁을 통해 파퓰리즘의 등장을 막고 정치개혁을 통해 군부독재의 위협을 끝내는 것이다. 90년대 라틴 아메리카 대다수 국가는 국민들의 주도와 미국의 격려에 힘입어 이를 이룩했다.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 기대가 컸던 경제는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95년의 멕시코, 99년의 브라질, 그리고 지금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급진파나 독재자가 정권을 잡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정치개혁이 누구의 예상보다 잘 이뤄졌기 때문이다. 남미는 활기찬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 미국은 경제적 번영을 통해 남미가 안정을 찾기를 원했지만 정작 얻은 것은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에 의한 안정이었다.
차베스는 인기영합주의자고 그의 정책은 무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깨달은 지역에서 합법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다. 그를 축출함으로써 미국은 무엇을 얻으려 한 것인가. 그가 반미적 언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미국에 위협이 되는 존재는 아니었다. 미국은 이번 일로 우파 독재자를 지지하던 과거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번에 그의 축출을 기도했던 음모자들은 무능하기 짝이 없는 자들이다. 그의 축출은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임시정부 구성원들은 대기업과 부유층 대표로 구성돼 있었다. 쿠데타가 실패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쿠데타가 성공했었더라도 우리 대응은 한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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