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는 불행하게도 지난주 발생한 베네수엘라의 군사 쿠데타를 지지하는 우를 범했다.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 선출된 차베스 대통령을 축출한 군사 쿠데타를 지지하고, 의회와 사법부를 해체하려던 신군부의 잘못된 의도를 방관했다.
부시는 미국의 세번째로 중요한 원유 수입국인 베네수엘라의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민주적으로 아직 불안정하고 차베스 정권이 독단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간파하지 못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를 비난하는 주변국들과 한목소리를 내길 주저했으며 차베스의 퇴진에 오히려 박수를 쳤다. 냉전체제 붕괴 이후 민주주주를 설파해온 미국의 정신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차베스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비민주적인 초법적 방법으로 권력을 쥔 신군부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낸 것은 잘못이다. 차베스 정권이 문제가 심하면 의회의 탄핵소추 과정을 거치면 된다. 군부가 다음 지도자를 결정하는 비민주적인 과오를 잘했다고 두둔한 셈이다. 미국에 비우호적이던 아이티의 아리스티드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좌익의 반란시도에 부시 전대통령이 반대했다는 점을 들어도, 현 부시의 정책은 전임 대통령들의 정책에도 배치되는 행동을 한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도 게을리 했다. 후세인이나 카스트로와 친한 차베스에게 반감이 있더라도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차베스 정권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은 곤란하다. 한번 혼쭐난 차베스는 반대세력을 아우르는 정책을 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차제에 부시 행정부는 차베스가 베네수엘라의 민주화에 힘쓰도록 독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이상 그에게 상처를 주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불확실성과 위험이 상존하는 현 국제 정세에서 부시 행정부는 중남미의 안정된 민주화는 미국의 국익에도 매우 긴요하다. 민주화 자유무역, 지역 안보 등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는 대신 지역문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투로 발렌주엘라/워싱턴포스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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