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의 축제 밸런타인스 데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이유만으로 하루 하루가 밸런타인스 데이겠지만 이 날을 맞아 평소 낯간지러워 잘 하지 못하던 유난을 떨어보는 것도 우리들 짧은 인생에 있어 또 다른 기쁨일 터이다.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이제껏 일로 바쁘고 쑥스럽다는 이유 때문에 사랑의 표현을 게을리 했던 앤드류 리(49·보석 도매업)씨 역시 아내 앨리스(44·주부)에게 미안함이 많은 남자다. 밸런타인스 데이를 앞두고 그녀가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을 꾸미면서 그는 깨달았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 나이에도 사랑의 표현을 할 수 있는 거구나. 그의 깜짝 쇼에 그녀도 행복해 했지만 더욱 기쁜 것은 그 자신이었다.
밸런타인스 데이에는 장미꽃을 선물하는 거라던데 도대체 무슨 색을 몇 송이나 선물해야 할까 난감했던 그는 평소 사업상 승진 화환이나 보내느라 전화를 걸었던 꽃집을 직접 찾는다. 호산나 꽃집 대표 길영신씨는 그런 그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줄기가 굵고 송이가 탐스러운 빨간 색 장미 12송이를 곱게 싸주었다. 빨간 장미는 타오르는 사랑을 의미한다는 꽃말과 함께.
어디 간다는 말도 없이 6시까지 준비하고 있으라는 남편의 전화에 앨리스씨는 의아해 했지만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마음 같은 핑크 빛 웃옷을 챙겨 입고 남편을 기다린다. 그가 차를 세운 곳은 다운타운의 보나벤처 호텔.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간다.
낮에는 차와 사람들의 물결로 복잡하지만 해가 지고 나면 고층건물에 불이 들어오면서 밤하늘의 별만큼 반짝거리는 다운타운의 멋진 야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리"라고 성을 얘기하자 LA프라임 (LA Prime)의 호스테스는 가장 전경이 아름다운 자리로 그들을 안내한다. 그냥 즉흥적인 저녁 초대도 아니고 아내를 기쁘게 해주려 마음을 쓰고 계획했다는 것이 흐뭇해 그녀의 입술이 귀밑으로 올라간다. 그녀의 미소를 훔쳐본 그는 아내 감동시키기 1단계 작전이 성공했음을 깨닫는다.
달콤 쌉싸름한 샴페인 잔을 기울이며 그의 낯간지러운 깜짝 쇼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미리 레스토랑에다 맡겨 놓은 꽃다발을 웨이터가 내오자 그녀는 ‘어머나!’ 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두 손을 얼굴에 갖다 댄다. 감동 작전 2단계 성공이다. 웃옷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연 그는 찬란한 광채를 발하는 반지를 끄집어 내 그녀의 가는 손가락에 끼워 준다.
남들은 보석 도매업을 하고 있으니 온 몸에 주렁주렁 보석으로 치장을 했으리라 짐작할 테지만 요리사 집에 변변한 칼 하나 없고 DJ 집에 괜찮은 오디오 기기 없는 법이다. 하나라도 더 팔아야지 하는 생각에 정작 아내의 손에는 제대로 된 반지 하나 끼워주지 못했던 앤드류 리 씨는 오늘에서야 해묵은 마음의 빛을 갚은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아내의 눈에 반지를 닮은 광채가 맺혔던 것을 보니 감동 작전 3단계 역시 대성공인 것 같다.
깜짝쇼를 준비하면서 그는 아내와 다른 여자들이 귀가 따갑게 얘기하는 대로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시작하기가 쑥스러워 그렇지 이제 더욱 자주 드러내는 방법으로 아내 사랑을 표현할 예정이다. 그녀도 그도 결혼 생활 21년째의 밸런타인스 데이를 이후로도 참 많이 추억하게 될 것 같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