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겨울비로 촉촉이 젖은 훼어팩스 고등학교 교정에 진객이 찾아들었다. 멀리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온 한인옥 여사였다.
남편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따라 방미중인 한 여사는 이 고등학교에서 실시중인 한국어 클래스를 참관하고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들렀다. 한 여사 일행은 본관 안에서 기다리던 아카데미 코스 교장과 교감의 영접을 받았다. 그러나 이 의전 절차에 낯뜨거운 곡절이 있었다.
사전에 한 여사 일행을 기다리던 김왕복 주미 교육관은 교장과 교감에게 현관까지 나가서 맞자고 말을 건넸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너나 나가라"였다. 말을 건넨 측도 냉담히 응답한 측도 모두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김 교육관으로서는 차기 영부인이 될 수도 있는‘귀한 손님’을 현관에서 맞는 건 당연한 예의라고 여겼을 것이고 학교측 인사들은 대통령이 오던 누가 오던 안에서 맞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김 교육관이 취재기자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는 일종의 한국과 미국식 사고방식의 충돌이었다.
의전과 관련 충돌사례는 또 있었다. 한 여사의 학교 방문을 추진하며 김 교육관은 총 교장이 영접하길 희망했다. 그러나 이날 총 교장은 선약을 이유로 나오지 않았다. 총 교장의‘무례’는 사실 한국측의 잘못이었다. 최소 몇주 전에는 방문예약을 해야 하는 게 학교의 관행이었으나 한 여사의 일정은 뒤늦게 통보됐던 것이다.
김 교육관의‘의전’은 부임한 지 얼마 안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모자란 점이 있었다. 먼저 상대방의 예의범절과 관습쯤은 헤아리는 지혜가 필요했던 것이다.
“너나 나가라"는 학교측 인사들의 언행은 김 교육관 개인의 망신이기 전에 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구겨질 수 있는 사안이다. 한 여사가 떠난 다음 훼어팩스 고교측 사람들이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얼마나 험구를 늘어놓을지 귀가 간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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