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UCLA 병원에서 간이식수술을 받았던 정인수(61)씨는 24시간 꼬박 자신을 돌봐줄 가족이 없어서 꽃동네 신세를 지게 됐다. 하루종일 정씨를 간호할 사람이 없으면 퇴원시킬 수 없다는 병원측의 강경한 입장으로 결국 꽃동네에서 자원봉사를 하고있는 간호사출신 막달레나씨가 정씨 곁을 지키기로 약속하고 퇴원수속을 밟아 꽃동네로 왔다. 정씨에게 꽃동네 식구들이 진짜 가족이다.
버림받아 오갈데 없는 노인이나 중풍 등 움직이기도 힘든 노인 6명을 돌보고 있는 꽃동네 식구들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령으로 인해 매주 3~4회씩 병원을 찾아야하는 노인들에게 직접 린우드까지 와주는 한인건강정보센터와 김대중 내과의사, 여러명의 한의사들은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회원들 만큼이나 고마운 존재다.
꽃동네를 비롯해 LA와 인근 지역 7∼8곳의 양로병원에 수용돼 있는 한인 노인들의 수는 440명에 달한다. 이들 중 연고가 아예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일년 내내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노인들이 전체의 5∼10%를 차지한다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가족들이 자신을 버리고 갔다는 느낌을 갖지 않게끔 매주 방문하기를 권하지만 가족들의 발걸음이 뜸해질 때면 양로원에 맡겨진 노인들에게 더욱 정성을 들인다"고 말하는 벨양로병원 루시 파버트씨는 "무의탁 노인들뿐 아니라 연고자가 있는 한인 노인들 중에도 가족들이 찾지 않아 거의 버림받다시피 한 경우도 적지 않으나 그래도 정기적으로 위로 방문을 하는 교회와 선교 단체 관계자들이 가족을 대신해 찾아와줄 때 고마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테러이후 불안감이 감도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연말연시를 맞아 잇따라 날아드는 불우한 이웃돕기 소식은 경기침체로 움츠러든 마음을 녹여준다.
’기쁨의 집’을 운영하는 헬렌 이씨는 주위의 어려운 가정들에게 빵과 음식을 나눠주기 시작한지 6년째 접어든다.
"그 동안 ‘기쁨의 집’을 통해 생활을 꾸려가던 이들이 번듯한 직업을 갖고 가족들과 함께 환한 웃음으로 찾아올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하는 이씨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홈리스들에게 나눠줄 따뜻한 수프를 끓이느라 바쁘다.
한인가정상담소가 선정한 ‘장한 이웃상’을 수상한 김순학·김성숙씨 부부는 이민 와서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들을 가족처럼 돌봐주기로 유명하다. 한사코 남들도 다하는 일이라고 겸손해하지만 말이 쉽지 14년을 한결같이 결손가정 아이들을 자식처럼 돌봐주고 보증인이 필요하다면 보증도 서주며 이민생활이 정착될 때까지 뒤치다꺼리를 하기란 어렵다. 정비소를 하는 김순학씨는 당장 돈이 없어 차를 구입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중고차를 수리해 무료로 사용하게 해준다.
한인타운에 자선냄비를 설치, 가두모금에 들어간 구세군 나성영문 이용우 사관은 "한인사회는 자선냄비가 설치되는 연말연시가 되면 불우이웃성금이 답지한다"면서 "올 한해를 정리하며 음지를 돌아보고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감싸안으려는 한인들이 더욱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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