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하늘을 이고 같은 바람을 맞고 사는 강 이편과 저편의 삶이 그토록 다를 수 있을까. 스패니시로 ‘큰 강’이란 뜻이지만 엘파소 유역에서는 개천 정도에 불과한 리오 그란데(멕시코에선 ‘리오 브라보’라 부른다). 그 강을 사이에 둔 미국과 멕시코 주민들의 생활상은 판이하다. 한쪽은 세계 최강의 지위를 누리며 음식이 남아서 버리는 생활을 하는 반면 다른 쪽은 저임금, 고물가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면서 북쪽의 이웃들을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다.
엘파소쪽에서 보는 멕시코 후아레스시는 마치 60년대 한국의 미아리 고개 같다. 달동네 언덕에 쓰레기 더미가 보이고 주변에는 판잣집들이 게딱지처럼 붙어 있어 주민들의 남루함을 짐작하게 한다. 멕시코쪽은 야경도 엘파소와 확연하게 구분된다. 전력 부족 때문인지 불빛 조차 힘을 잃어 리오 그란데 건너편은 미국 쪽보다 훨씬 희미하다.
리오 그란데는 멕시칸과 여타 중남미인들에게 ‘눈물 젖은’ 강이다. 더 나은 삶을 찾아 밀입국하려는 그들을 가로막는 마지막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수심이 얕을 때는 신발과 소지품을 목에 질끈 동여맨 채 걷거나 노새를 타고, 물이 불었을 때는 튜브나 작은 보트 등에 몸을 싣고 하룻밤 사이에도 수많은 히스패닉들이 강을 건넌다. 하지만 대부분은 국경수비대에 붙잡혀 미국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밤을 INS 유치장에서 보내고 추방된다.
물론 일부는 차를 이용, 엘파소와 후아레스를 연결하는 리오 그란데의 5개 다리중 하나를 통해 월경을 시도한다. 80년대엔 엘파소 인근으로 밀입국하는 한국인들도 제법 있었으나 요즘은 거의 없다고 엘파소 한인들은 전한다.
리오 그란데는 미·멕시코 국경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햇다. 강은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양국은 미·멕시코 전쟁이 끝난 1848년 리오 그란데를 국경으로 정했다. 그후 홍수로 강이 남쪽으로 옮겨 앉는 바람에 오랜 갈등을 겪다 1967년 조약을 체결, 강물 속에 영구적인 콩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을 문제를 해결했다.
콜로라도 남서부 샌후안 마운틴에서 발원, 뉴멕시코를 거쳐 텍사스와 멕시코 국경선을 따라 남동쪽 걸프만으로 흘러 들어간다. 길이 1,900마일로 북미에서 가장 긴 강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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