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주의자들을 TV 뉴스나 토크쇼에서 냉대하는 것은 아니다.
케이블 TV인 폭스 뉴스채널의 토크쇼 진행자 빌 오라일리는 최근 반전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브라힘 램지를 초청, 국제사법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폭격보다 왜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미스터 램지, 당신은 현실감각이 전혀 없는 유토피아 같은 얘기만 늘어놓고 있다. 그렇게 하면 테러만 더욱 부추길 것이다"
오라일리는 맹렬하게 퍼부었다.
오라일리는 이렇게 비난하면서 보수적인 헤리티지 재단에서 나온 다른 출연자 래리 워젤에게 자신의 말이 틀렸느냐고 물었다.
"비폭력이 미국의 오랜 전통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 비폭력만 고집하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죽음뿐이다"
워젤은 응답했다. 보수성향의 폭스뉴스가 반전론에 날카롭게 반응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사실 오라일리는 아프간 폭격에 반대하는 전 토크쇼 진행자 필 도나휴를 비롯, 많은 반전운동가들을 프로그램에 초대했다. 그의 의도 가운데 하나는 진보주의 혹은 좌익 성향의 사람들을 불러내 질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라일리와는 달리 주류 뉴스 프로그램들은 반전주의자들의 주장을 방송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탈레반의 정치선전을 조심스럽게 여과하고 폭격 희생자들의 지나치게 참혹한 모습을 삭제하고 있는 TV뉴스는 테러와의 전쟁에 기울이고 있는 미국의 노력을 비판하는 것을 가능한 자제하고 있다. 9.11 테러의 상처가 아직 생생한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이같은 반대의견을 어리석거나 반역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방송계는 요즘의 미국적 분위기에 매우 민감하다.
"현재의 상황은 과거 어느 때와도 상당히 다르다. 자칫 여론의 반대편에 서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CNN의 월터 아이작슨 사장은 설명한다.
MSNBC의 에릭 소렌슨 사장은 뉴스시간을 할애할 만큼 반대의견이 많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간단히 말해 현재의 미국적 분위기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매우 적다. 상황은 오히려 정반대다. 즉, 부시 행정부의 결정에 불만을 나타내는 측은 존 매케인이나 빌 베넷 같은 사람들로 이들은 폭격의 강도를 높이거나 이라크를 공격해야 한다는, 보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예외도 있었다.
최근 ABC는 테드 커플이 진행하는 ‘나이트라인’에 이번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만을 담았다. 이 가운데는 9.11 테러에 대한 미 행정부의 반응을 비판하는 에세이를 쓴 인도 소설가 아룬다티 루이와의 인터뷰도 삽입돼 있었다. 루이의 에세이는 세계 각국의 신문에 게재됐지만 미국에서는 하나도 소개되지 않았다. 며칠 후 CNN도 일일 토크쇼 ‘아메리카 스픽스 아웃’에서 유사한 프로그램을 다뤘고 ‘로지 오도널 쇼’도 도나휴를 게스트로 초대, 반전의 시각을 방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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