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받아도 기분 좋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받으면 은근히 부아가 나고 잠도 슬쩍 오지 않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사랑’과‘상’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사랑은 다른 사람이 가진 걸 최악의 경우 빼앗을수라도 있지만 상은 이게 안된다. 그래서 상 받은 사람의 기쁨은 두배, 못 받은 사람의 두통 또한 두 배가 되기 십상이다.
11월이면 이제 가요계는 슬슬 한해 마무리에 들어간다. 근데 이 마무리는 언제나 상주고 받는 것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한해 활동을 잘 했다고 자부하는 가수는 상 타러 가는 준비를 하랴, 조금 활동이 뜸했던 가수는 미리 내년을 대비하랴 바쁜 시기다.
바쁘기는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한해를 정리하는 시상식들을 준비하고 손님들을 초대해야 하니 그런 것인데 이게 김병현이 월드시리즈 세이브 하는 것만큼이나 쉽지가 않다.
짜임새 있는 행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상 받는 사람 보다 못 받는 사람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게 제일 고약하다.
“후본데, 오셔야죠” 라는 말에 “저희상 받나요?”라고 먼저 묻는 게 현실이다. “그건 며느리도 몰라요” 라고 받으면 “그럼 갈지 안갈 지 저희 사위도 몰라요”라고 되돌아 온다. 서로 축하하는 문화가 아직은 아쉽다. 그래서 생각나는 얼굴들.
그룹 신화는 작년 본사가 주최한 ‘2000m.net 뮤직비디오 페스티발’에서 한 개의 상도 받지 못했다. 두 개 부문 후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공연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3시간 30분 동안 신화는 함께 있었다. 2부가 끝나고 신화가 후보로 오른 부문의 시상이 다 끝났을 때 슬쩍 눈치를 살폈다. 솔직히 몰래 갈까봐서였는데 머쓱해졌다. 동완이,민우, 진이, 에릭,혜성이 그리고 앤디까지 다 그저즐기고 있었다. 멋지고 고마웠다.
민우를 얼마 전 새벽에 우연히 포장마차에서 만났다. 서로 불콰해져서 그때 얘기를 했던것 같다. 내가 조심스레 그때 기분을 물었다.
“솔직히 좋지는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다”고 대답했다. “뭐가 아쉬웠냐”는 말에는 자신은 “상보다 공연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여 줄 수 있는냐는 것이지 무엇을 가지고 못 가지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술김에 감동했다.
‘미제는 다 좋다’라는 말에 딱 한가지 동의하는 것은 그들의 시상 문화다. 모두가 나와서 모두를 축하해 주며 그래서 모두 주인공인 그 문화 하나 만큼은 수입해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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