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브래스카 대학에 미국 유일의 아프가니스탄학 연구소가 있다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또 샌마르코스에 있는 그저 그런 사우스웨스트 텍사스 주립대학이 수준 높은 지리학과 덕분에 중앙정보국(CIA)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누가 예상했을까.
9월11일 전까지만 해도 이같은 특수 분야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고 지원하는 학생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테러 이후 전국 대학의 전쟁관련 분야 학문에 대한 학생들의 지원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 분야를 전공한 교수 및 전문가들은 TV 출연이나 신문, 잡지의 원고 청탁이 쇄도, 하루아침에 명사로 변신했다.
노스웨스턴 대학의 정치학 교수 데니스 설리반의 아랍-이스라엘 갈등에 관한 첫 강의에는 수많은 수강생이 몰려 부랴부랴 대형 강의실로 옮겼지만 여전히 수십 명은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UC 샌타바바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대학 중동학 코스의 수강생은 최근 50%나 급증했다.
최근의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대학 당국들도 새 강의를 개설하고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UCLA는 총 50개의 특별 세미나를 지난달부터 개최하기 시작했다. 세미나의 주제는 탈레반에서부터 테러가 두뇌에 미치는 영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필라델피아 인근 어사이너스 대학은 다음 학기부터 생물테러 방어 과목을 신설할 계획이다.
"관련 신설과목들을 수강하는 학생들의 얼굴 표정을 보면 매우 진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교수의 말 한마디 한미디를 빼놓지 않고 열심히 듣는다"
뉴욕대학(NYU) 하곱 키보키언 중동문제 연구소 책임자인 시바 밸라히 교수는 말한다.하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테러에 따른 애국 열풍과 우려가 뒤엉켜 교육과 합리화의 구분이 모호해져 과거의 문화적 갈등이 재연되면서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일대학에서는 역사학자 폴 케네디를 포함한 일부 인사들이 "미국의 군사, 경제 및 문화적 파워가 팔레스타인 사람들로 하여금 9.11 테러공격을 환영하게 만들었다"고 주장,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또 칼스테이트 치코대학 학생들은 촛불시위 때 미국의 외교정책을 비난하는 한 교수의 발언에 야유를 퍼부었고 버클리에서는 회교 학생들을 위협한 몇몇 학생이 체포되기도 했다.
중동 및 회교 문제에 대한 강의를 새로 개설하는 대학들은 많지만 제대로 준비를 갖춘 곳은 별로 많지 않다. 북미 중동학 협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000여개의 대학들이 중동관련 과목을 제공하기 있지만 연구소, 언어연구, 문학, 정치학, 종교등 포괄적인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곳은 50군데에 불과하다.
한 신간 서적은 중동문제 연구의 모든 분야가 잘못돼 있다고 주장,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텔아비브 대학의 마틴 크레이머 교수는 최근 발행한 ‘사막 위의 상아탑’이라는 책에서 "미국의 학계는 급진적인 이슬람의 실상에 어두워 지난 20년간 중동지역 정치, 사회의 중요한 변화를 예견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역사학자와 정치학자들이 아랍국가 내의 세속적인 민주화 운동에 대해 갖고 있는 실제 이상의 기대감은 정책 입안자들의 신뢰감을 상실하고 말았다"
크레이머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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