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한국의 사격장에서 권총 자살한 추방 한인 김대철(45)씨 사건은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고 연고가 전혀 없는 낯선 한국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1.5세 추방자의 절망감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한 때의 실수로 미국생활 31년 만에 강제로 돌아가야 했던 고국에서 김씨는 추방의 충격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몸부림치다 자신의 머리에 권총 방아쇠를 당겨 생을 마감했다.
주위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71년 이민와 검안의 자격증을 딴 뒤 LA인근 랭캐스터에서 안경 제조업체를 운영하며 건실하고 성공적인 이민 생활을 해왔다. 부인과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화목한 가정을 꾸려오던 김씨는 잠시 마약의 유혹에 빠진 게 화근이 돼 파경을 맞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히스패닉계 부인과 재혼한 김씨는 사소한 다툼 끝에 부인에게 손찌검을 했다가 체포돼 결국 3년형을 선고받았고 지난달 복역을 마친 김씨에게 닥친 것은 강제추방이라는 더욱 가혹한 형벌이었다.
추방된 김씨를 돌봐줬던 디딤돌 선교회의 전은찬 전도사는 "히스패닉계 부인과 다투다 뺨을 한 대 때렸는데 부인이 경찰에 신고해 강간까지 당했다고 진술하는 바람에 중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추방까지 당한 김씨는 여전히 부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절절히 표현하며 괴로워하곤 했다"고 전했다.
재혼한 부인과의 사이에 2살난 아들을 두고 있는 김씨는 자살 이틀전인 지난 2일에도 부인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용서해달라. 보고싶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은찬 전도사 등 추방동포 돕기 관계자들은 5일 한인타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은 한 때의 실수로 강제추방돼 비참한 생활을 해야만 하는 추방동포들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추방자들이 한국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새 삶을 계획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1년형 이상의 범법 영주권자 추방법이 발효된 지난 97년 이후 지금까지 전국에서 300여명의 한인들이 한국으로 강제추방됐으며 현재도 500여명의 한인들이 추방을 기다리고 있다.
chris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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