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들이 음란물에 멍들고 있다.

인터넷상의 음란채팅을 비롯 강간을 주제로 한 컴퓨터게임, 전화를 통한 성인폰팅 등 각종 음란매체들이 청소년들에게 무방비상태로 노출되고 있다. 이들 매체들은 PC와 전화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용이하게 접근이 가능해 방학을 맞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음란매체에 자주 노출된 청소년들이 무의식중에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성범죄 충동을 갖게 되며 결국엔 병적인 중독증세를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부모들의 각별한 주의를 충고했다.

피해 사례

밸리에 거주하는 16세의 한인학생은 지난 한 달간 휴대폰을 사용해 성인 폰팅에 빠진 결과 1,000여달러에 달하는 요금 고지서를 받았다. 이 학생의 부모는 자녀가 폰팅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 상담기관에 상담을 요청했다.

지난 4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 남학생을 알게 된 한 여학생은 부모 몰래 한국으로 가 동거를 하다가 부모에게 붙잡혀 돌아왔다. 이 학생의 부모는 최근에도 이 여학생이 채팅을 계속하고 있어 상담을 요청해왔다.

뉴저지대학 아동범죄연구센터가 최근 미 의학협회지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의 19%가 인터넷상에서 성적인 유혹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4∼17세 청소년들의 경우 일주일에 4일, 하루에 1∼2시간이상 채팅방이나 성인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

노출 실태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흔한 사례는 PC통신 대화방에 들어가 음란한 채팅을 나누는 것.

주로 남자들이 자신의 채팅방을 개설해 놓고 야한 얘기를 나눌 여자를 구하는 식으로 진행되며 채팅을 하겠다며 답신을 보내는 여자들에게 비밀번호를 가르쳐 줌으로써 둘만의 은밀한 채팅이 이뤄진다. 가상공간에서 익명의 음란대화를 나누며 모니터 위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화상채팅을 하다가 실제로 만나 탈선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성인용 폰팅은 업소가 광고하는 일정한 번호로 연락해 이성과 연결되면 성적인 대화를 나누며 실제 성행위를 묘사하는 방식이다. 법적으로 18세 이하는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청소년들이 별다른 제약 없이 사용하는 실정이다.

무료로 배부되는 각종 생활정보지, 주간지에 광고와 전화번호가 실려 있으며 사용자들은 전화통화를 통해 성행위를 흉내내고 만남을 제안하거나 실제 성관계를 갖기도 한다.

강간을 내용으로 한 일본산 3차원 게임도 인터넷상에서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그동안 CD로 복제돼 소수에게만 비밀스레 유통되던 이 게임들은 최근 고속통신망을 통해 인터넷상에서 간단히 다운로드가 가능하며 여주인공을 미행하거나 감금해 강간하는 것을 줄거리로 삼아 청소년들에게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시각 및 성범죄 충동을 조장하고 있다.

대책

신경정신과 전문의 조만철 박사는 "처음에 호기심으로 음란매체를 접한 청소년들은 쉽게 중독성향을 보이며 이성에 대한 그릇된 시각을 품고 정상적인 대인관계를 갖는데도 장애를 보인다"며 "가상적 성 체험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스스럼없이 여성들에게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시도하는 위험한 단계로 발전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청소년 선도기관 관계자들은 "대부분 부모들은 자녀들이 음란매체에 노출된 사실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거대한 통신망을 일일이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부모들의 꾸준한 관심과 성교육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