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해 봅시다
▶ 이상숙<유스앤 패밀리 대표>
참으로 가난했던 적이 있다. 손바닥만한 집이라도 렌트 걱정 없이 사는 삶을 바래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약 5년간 지독히 가난했던 그 삶은 오히려 나의 삶을 섬세하고 깊이있게 만들어 주었다.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가슴을 열어주었고 저마다 각 사람의 존재에 놀라운 가치가 부여된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해주었다.
그 전엔 왜 그리 가난을 두려워하며 가난을 피해보려고 발버둥을 쳤는지... 막상 가난이라는 상황을 용기내어 정면으로 바라보고 껴안아버리고 나니 오히려 담담해지다 못해 훈훈해지기까지 하는데도 말이다.
그로부터 나는 가난이 나의 훌륭한 선생이 되는 삶을 살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가난을 훌륭한 선생이라고 부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난은 내게 진실한 참 친구가 어떤 친구인지를 가르쳐 주었다. 가난은 내 삶의 궁극적인 가치가 어디 있는가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그 가난은 거짓되이 가리워 있던 삶의 많은 부분들을 진실되이 드러나게 하는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때 아이들에게 가난은 조금 불편할 뿐이지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친 것은 내가 내 자신에게 가장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아이들의 가치관이 바르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청소년범죄의 90% 이상이 잘못된 물질관을 가진 경우이며 이것은 주어진 물질에 대한 감사와 기쁨을 생각할 겨를 없이 부모로부터 넘치게 주어졌던 어른들의 잘못된 물질관에서 온 것이다. 우리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제일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물질의 풍요가 아닌 가난이다.
부한 형편에 있는 사람들은 일부러 가난한 상황을 만들 수는 없더라도 어떻게 물질이 쓰여져야 하는지에 대한 바른 지혜와 분별력을 가르칠 필요가 반드시 있다. 그러한 훈련은 아이의 평생에 영향력을 주는 것이 된다.
자녀의 양육이 물질이 주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어디서 온 것이지 모르겠다. 오히려 그럴 때 자녀에게 가난을 가르치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자녀의 눈에 비친 부모가 가난하지만 정직하고 당당하며 자신을 목숨처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며 가난이 무서운 것도 창피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온가족이 서로 사랑하며 알뜰히 보살피는 삶의 환경으로 만들어가며 보여줄 때 아이에게는 보석처럼 귀한 삶의 가치관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참으로 어려웠을 그 때에 아이가 먹고 싶다는 주스와 우유, 그리고 간식을 다 살 수 있었던 어느날, 지불해야 할 17달러가 내 지갑에 있다는 것이 왜 그리 감격스러운 행복으로 느껴졌는지. 그때 내가 느낀 만족감은 마치 아이에게 지구의 절반쯤은 몽땅 안겨준 것 같은 것이었다. 이전에 풍족할 때 아이들에게 몇백달러어치를 사주어도 못 느꼈던 행복과 만족을 엉뚱하게 가난이 내게 안겨준 것이다.
가난을 통해 바른 물질관을 배우지 않았으면 자신의 배만 채우고 그 기름진 배로 인해 이웃의 아픔이나 눈물에는 경멸이나 조금 나가서는 알량한 동정심이나 베푸는 형편없는 인격이 되고 만다. 그 보다는 가난해도 이웃의 아픔에 같이 아파하는 섬세하고 진실하게 사는 삶이 훨씬 가치있는 삶일 것이다.
누군가가 말한 것이 기억난다. “가난할 때 인격을 지키는 자는 훌륭한 사람이다. 그러나 부자가 되어서 인격을 지킬줄 아는 자는 더더욱 훌륭한 사람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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