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5월 26일, 펜실베니아 서부 말론센터 하이스쿨에서는 졸업생들의 프롬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그런데, 17세의 션 밀러는 졸업반이었음에 불구하고 파티장에 없었다.
그 시각, 션은 9학년 신입생 칼 켈러 및 여학생 라일라 두덱과 함께 칼의 작은 지하실 방에서 위험천만한 장난을 벌이고 있었다. 그날밤 집에 어른들은 아무도 없었다.
칼은 2층으로 올라가 아버지의 총기보관함에 있던 357구경 매그넘 권총을 꺼내 지하실로 가져왔다.
그들 중 맨처음 권총을 자신의 머리에 갖다대고 방아쇠를 당긴 사람은 션이었다. 하지만, 그가 총알에 맞을 가능성은 없었다. 나중에 밝혔듯이, 션 밀러는 총알이 첫 약실에는 장전되지 않았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션이 격발한 다음 라일라가 격발을 했고, 다음으로 션이 한 번 더 격발을 한 다음, 이번에는 칼에게 권총이 넘어갔다. 칼은 권총을 넘겨받을 때 약실 뒷면을 확인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칼은 총알의 장전여부를 확인하지 않은채 권총을 머리에 갖다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순간, 귀를 찢는듯한 파열음이 지하실 방을 울렸다. 칼은 어처구니없이 러시안 룰렛게임의 희생자가 되었다.
처음에 이 사건은 단순 총기사고로 치부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달 열린 재판에서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사건당일, 3명의 청소년들은 권총을 가지고 러시아 룰렛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민사재판은 죽은 칼의 엄마인 패트리샤 켈러가 올해 23세가 된 션 밀러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법정에서 원고측 변호사 빅터 프리베닉이 션 밀러를 나이어린 친구들을 죽음으로 사주한 사악한 인간으로 묘사했다.
증인으로 나온 칼의 두 친구들은 칼이 죽던날 밤, 션이 자신들에게도 러시안 룰렛게임을 제의했다고 증언했다.
증인들이 잘 묘사한 것처럼 칼은 야망을 가진 젊은이었다.
그는 학교 풋볼선수였고 R.O.T.C.에 소속되어 공군입대를 꿈꾸고 있었다.
그는 또 신장이 6피트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은 키가 더 커서 펜스테이트 대학 풋볼선수가 되어 콜벳 스포츠카를 사고 싶다고 밝혔다.
살아있는 가해혐의자들은 물론이고 죽은 칼 자신도 혐의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션의 변호사 앨런 토렌스는 칼이 평소 권총과 사냥총은 물론 석궁과 각종 무기용 칼까지 소유하고 있었음을 집중부각시켰다. 또, 션의 동생 조시는 칼이 평소 모터사이클을 극히 위험하게 타는 취미를 즐겼다고 증언했다.
토렌스 변호사는 또, 청소년 심리학자 데이빗 번즈의 입을 빌려, 칼이 청소년들에게 가끔 나타나는 위험불감증 소유자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청소년들 중에는 간혹 모두에게 자명한 심각한 위험들이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믿는 위험불감증 소유자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원고측은 션이 부주의하게 칼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션이 칼을 죽음으로 사주한 것은, 마치 자신의 손으로 방아쇠를 당겨 칼을 죽인 것과 하등 다를바 없다"
켈러의 변호사 프리배닉은 이렇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렌스 변호사는 사건의 쟁점은 칼의 ‘개인적 책임’ 문제라고 되받았다.
션이 어리석은 일을 벌인 것은 인정되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 권총을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기로 결정한 것은 칼 자신의 의지였다는 것이다.
칼의 엄마 켈리는 이번 소송에서 수백만달러의 피해보상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그녀는 재판직전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은 무엇보다도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규명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션과 라일라는 사건 직후 칼의 죽음에 대해 거짓말로 일관했었다.
션과 라일라는 사건당일 주립경찰의 취조과정에서 러시아 룰렛게임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들은 세 사람이 문제의 권총을 함께 살펴 본 직후, 칼이 갑자기 총을 빼어들고 자살했다고 거짓 진술했다.
하지만, 며칠 후 경찰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션이 평소 러시안 룰렛게임을 좋아했다는 결정적 제보를 받았다. 그리고, 한달 후 벌어진 재조사에서 션은 자신이 러시아 룰렛게임을 주도했음을 실토했다. 그는 또, 자신은 처음부터 총알이 어느 약실에 장전되어 있는지 알고 있었다고 말하고 "칼도 나처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재판과정에서 션은 배심원단에게 매우 수수께끼같은 사람으로 비쳐졌다.
그는 자신을 변호할 때는 열렬히 말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살인혐의자로서는 믿기지 않을만큼 시종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손가락이 떨리는 일도 없었고, 목소리 한번 변하지 않았다. 또한, 칼의 죽음에 대해 사과의 말 한마디 없었다.
여하튼, 이 사건은 6년만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배심원단은 션의 혐의가 인정되지만, 그보다는 스스로 방아쇠를 당긴 칼에게 70%의 책임이 있어 보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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