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주 엘버말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앨런 프리먼은 "학생중 한명이 시험 답안지를 팔고 있다"며 놀라서 뛰어온 교감선생에게 웃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에세이 문제를 시험 4주전에 내주고 학생들에게 함께 답을 찾아 보라고 했으니 아이들끼리 답을 돌려보면서 공부를 하면 했지 그걸로 누군가가 돈을 벌리는 만무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프리먼의 이런 방식에 대부분의 교사들은 경악한다. 학생들에게 혼자 공부할 것을 강조해온 전통 아래 유치원 때부터 남의 숙제를 베끼거나 시험 답안을 바꿔보면 안된다고 철저히 가르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이나 법대에서 운영되는 스터디 그룹의 성공에 영향받아 요즘은 고등학생들에게도 방과후에 서너명이 함께 공부하게 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아이들이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 어려운 개념도 쉽게 파악하는데 놀랐다고 입을 모은다.
고교 스터디 그룹은 텍사스 대학의 수학과 교수인 유리 트리스먼의 연구 결과에 힘입은 것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흑인 대학생들에게 아시아계 학생들처럼 그룹으로 공부를 시켜본 결과 성적이 향상됐다. 흑인 학생들은 블루 칼러 백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학교생활과 사교 생활이 별개라 교내에 네트웍이 없는 반면 아시아계는 똘똘 뭉쳐다니며 놀기도 같이 놀고 공부도 같이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 DC 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스터디 그룹 옹호자인 매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퀸스 오처드 고교 사회교사인 리온 부시는 첫날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숙제도 여럿이 함께 하라고 촉구하고 백투스쿨 나잇에 학부모들에게도 꼭같이 말한다.
그에 따르면 대학생의 경우 자기의 스터디 그룹이 모이는 날짜를 아는 학생들은 그에 맞춰 꼬박꼬박 한 주 분량의 읽기를 마치는 반면 그냥 수업이나 토의시간에 왔다만 가는 학생들은 읽을 것을 읽었는지 상관하지 않는다는데 부시 교사는 스터디 그룹은 자발적이 아니면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혼자 공부하는 오래된 습관을 버리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고 교외지역 학교 분위기는 너무 경쟁적이기 때문이다. "성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거든요. 그런 학생들에게 스터디 그룹이란 있을 수가 없는 일이고 모여서 학과 공부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 사교규범에 어긋나는 일이지요"
몽고메리 카운티의 앨버트 아인슈타인 고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줄리 그린버그는 스터디 그룹을 장려했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학생들은 물론 바로 내 자식들조차 숙제란 이런 저런 과외활동을 하는 짬짬이 해치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룹으로 모여서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힘든 일이죠" 부시 교사는 부모들조차 모여서 같이 공부하는 것은 부정행위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더욱 놀랐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교과과정 개발 및 감독협회의 부회장인 미키 테리는 그와 같은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 학생들이 곧 진출하게 될 직장에서는 그 어느때보다도 팀웍과 공조체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을 배우기에 고등학교처럼 적합한 장소도 없죠"
교사들은 아이들이 방과후에 모이더라도 결국 가장 똑똑한 학생의 생각을 재생하는데 그치지 않게 할 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다. USC 교수 로버트 트레지번트는 고교생들에게 개인 숙제와 그룹 숙제를 따로 내주고 시험도 개인 시험과 그룹 시험을 따로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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