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CEO들, 덜 바쁜 자리에 재취업 경향
루이스 플랫(59)은 휼랫-패커드사 CEO일 때는 컴퓨터 ‘버그’를 걱정했었다. 요즘 북가주 포도원 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가 걱정하는 벌레는 다리가 여섯개 달린, 움직이는 것들이다.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실리콘 밸리에서 엽서처럼 풍광 좋은 산타로사로 옮겨 느긋하게 생활하는 플랫처럼 고위직은 떠났지만 아직도 업계에 머물러있는 전직 CEO나 고위 공직자들이 늘고 있다.
이제까지 전직 CEO들은 퇴임후 기업 이사나 컨설턴트, 벤처투자가, 또는 경영대학원 강사가 되는 것이 전통적인 코스였으나 요즘 은퇴하는 CEO들은 평균 연령이 점점 더 내려가고 있으며 아직 일할 의욕과 에너지가 남아있는 경향이다. "고도 성취자들의 본성이 그렇습니다. 분야는 바뀌었을지라도 어딘가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싶어하지요"라고 플랫을 켄달-잭슨 와인 에스테이트 포도원에 소개한 간부급 인력알선회사 하이드릭 & 스트러글스의 부회장인 존 탐슨은 말한다. 플랏을 포도원에 취업시킨뒤 이 회사에는 최소한 6명의 거물급 CEO들로부터 은퇴후 플랫과 비슷한 자리를 찾도록 도와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탐슨은 덧붙였다.
플랫 같은 사람은 많다. 올해만 해도 베이 네트웍의 CEO와 노텔 네트웍스, 인텔 사장을 지낸 데이빗 하우스(57)가 17개월동안 잠적해있다가 창업사인 알레그로 네트웍스 사장으로 재부상했고 전 퍼시픽 텔레시스 엔터프라이즈 및 E-텍 다이내믹스 CEO인 마이클 피츠패트릭(52)도 자기 아내가 운영하는 교육 재단에 합류했다.
그런가하면 전직 고위공직자들은 하이텍 분야로 진출, 오러클이 전 백악관 공보비서 조 록하트(41)을 PR 담당으로 기용했는가하면 백악관에서 그의 전임자였던 마이크 매커리(47)도 현재 인터넷 창업사를 이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드라마틱한 경우에 속하는 플랫은 한때 신경제에 앞장선 다국적회사에서 12만5000명과 500억달러를 주물렀지만 지금은 포도주업계의 개인회사에서 1500명, 3억6500만달러를 책임지면 된다. 회사 건물 1층 구석에 자리잡은 그의 수수한 사무실은 포도원과 산자락이 내다보이는 곳으로 "내 친구들중에는 내가 일주일에 이삼일 출근해서 포도주 맛이나 보는 줄 아는 사람이 많다"고 플랫은 너털웃음을 웃는다.
지난 7년간 CEO 생활을 포함, 33년을 H-P에서 보낸 플랫의 근무시간은 과거 주 90시간에서 요즘은 70시간 정도로 줄었다. 비서는 있지만 하루에도 수백통씩 편지가 몰려들고 계산은 모두 부하직원들에게 시키던 과거와 달리 자기에게 오는 우편물을 가끔은 직접 뜯어볼 여유가 있으며 연설문도 직접 쓰고 경비 계산등을 직접 하기도 한다. 아내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도 그가 누리는 사치의 하나다.
물론 빌 클린턴이나 외국 원수와의 만찬 같은 종류의 흥분과 매혹이 사라진 것은 조금 서운하고 자기 회사가 날씨나 곤충, 연방정부의 규제 같은 속수무책에 휘둘리는 것도 속상하긴 하다. 그래도 자기에게 한 회사를 만들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는 그의 현재 최우선 과제는 적포도주 생산량을 늘리고 켄달-잭슨의 수출을 늘리는 것이다.
직원이 140명인 창업사 알레그로 네트웍스 사장으로 다시 세상에 나온 하우스도 "무언가를 새로 만드는 일이 재미있다. 큰 회사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한때 일년 365일중 191일을 출장다녔던 그의 올해 출장 일수는 그 절반정도다.
한편 은퇴후 자선사업에 열과 성을 기울이는 CEO도 많다. 북가주의 불우학생들을 위한 자금을 모으는 피츠패트릭재단 일을 하며 벤처기업에 투자도 하는 마이클 피츠패트릭은 요즘이 과거 풀타임으로 일할 때보다 더 바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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