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6월 퀸즈 베이사이드 막다른 골목에 주차된 콜택시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변사체로 발견된 40대 한인 운전기사 피살사건은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사건발생직후 경찰이 10대 한인 청소년들을 범행 용의자로 지목하고 3명을 체포, 기소해 더욱 놀라웠다.
이들 용의자 3명은 무죄를 주장하며 재판에 임해오다 그중 한명이 지난해 유죄를 시인하고, 나머지 2명이 올해초 검찰측과의 재판전 협상에서 유죄를 시인함에따라 2명이 최고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또 다른 1명은 내달초 최고 16년 실형선고를 받을 예정이다.
종신형 선고공판에는 김씨의 71세 노모가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날아와 죽은 아들이 범인들의 종말을 지켜봐야 한다며 고인의 사진을 품에 끌어안고 법원을 찾았다.
어처구니 없이 개죽음을 당한 한인은 한국 대기업 그룹 창업 이사의 막내아들로 부인과 혜어진 뒤 가족의 도움없는 자신의 삶,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4,5년전 미국에 온 이민자였다.
첫 부인과의 사이에 낳은 초등학생 딸아이를 두고 있던 이 한인은 사망당시 약혼녀와 새 결혼을 2개월 앞두고 있었다고 한다.
어린나이에 어머니의 사랑을 못받고 자라던 딸은 이 사건으로 아버지는 물론, 기대하던 새엄마와의 포근한 가정을 잃게 돼 졸지에 고아가 됐다. 결혼 준비에 한창이던 약혼녀는 사랑하던 사람과 함께 기약했던 행복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쓰라림을 겪어야 했다.
또 부유한 가정의 편안한 생활을 뿌리치고 미국에서 새삶을 개척하겠다고 멀리 떠난 자식이 먼저 저승으로 간 아픔을 간직하며 남은 여생을 보내야 할 노모를 만들어냈다.
판사 앞에서 고개를 떨군채 눈물을 흘리며 범행을 시인한 청소년들이 여러명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입힌 것이다.
그러나 꿈과 희망이 가득 찬 청소년 시절에 한 순간 잘못을 저질러 그 대가를 일평생 치러야 하는 아이들도 어떻게 보면 커다란 피해자이다. 또 동물처럼 철창에 갇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는 자식, 형제를 지켜보며 뒷바라지해야 하는 가족들은 더 큰 피해자이다.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돌이킬수 없는 아픔을 가져온 이 비극의 주범은 이 같은 아이들을 만들어낸 ‘무관심’이 아닌가 싶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저 말로만 그치는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변화가 있기를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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