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화제
▶ 야당, 속셈 알면서도 높은 점수 줘
부시 대통령이 남부의 매력으로 의회를 녹이고 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대통령은 그를 "멍청하게 생겼다"고 조롱했지만 부시가 취임 후 첫 1주일간 보여준 정치적 수완은 멍청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매력 공세는 백악관에 들어가기 무섭게 여야 의원들을 초대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백악관 집무실로 초대를 받은 여야의원들은 아무래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의회를 구워삶으려는 대통령의 뻔한 속셈인 줄 알면서도 의원들은 그의 정중한 대우에 흠뻑 녹아 내렸다.
부시 대통령은 치밀했다. 공식 집무일 첫날 해외 가족계획단체에 대한 연방지원을 중단시켜 의회 내 보수주의자들의 점수를 따낸 그는 여야의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첫 번째 그룹은 물론 공화당 지도부였고 두 번째 그룹은 자신의 정책안을 통과시키는데 꼭 필요한 민주당측 중견의원들이었으며 세 번째는 아직 당내 입지가 확고하지 못한 여야 신참의원들이었다.
중앙무대 경험이 없는 그는 평소에 안면을 트고 지내던 연방의원들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부시는 모임이 시작하기 전에 참석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외워두었고 이들에 걸맞는 별명까지 만들어 놓았다. 처음 만나는 대통령이 반갑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의원들의 경계심은 그야말로 눈 녹듯 사라졌다.
얼떨결에 대통령으로부터 별명을 얻은 의원들은 "텍사스의 경우 유력자가 별명을 지어주는 것은 상대에 대한 최고의 경의 표시"라는 그 곳 출신자들의 설명에 또 한번 흐뭇해졌다. 텍사스 출신인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인 딕 아미조차 "아이들에게 갖다 주라"며 부시가 내민 대통령의 친필 서명이 담긴 백악관 카드에 입이 헤벌어졌다.
부시와 만나고 나온 민주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신참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부시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부터 민주당측에 각료 지명을 사전 통보하는 등 깍듯한 예의를 갖추었다는 사실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당내 고참 의원들에게 상의 한마디 없이 각료를 지명했다 원성을 샀던 클린턴과 너무도 대조되는 대목이다.
여야 의원들은 또 사람을 불러다 놓은 뒤 혼자 대화를 독점하는 클린턴과 달리 상대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부시의 태도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의회와의 관계를 유지하려면 "말 잘하는 입보다 듣는 귀를 가진 게 유리하다"고 밝힌 한 야당 의원은 부시의 매력공세가 일단은 제대로 먹혀들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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