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8월 폭도들이 모사데그 이란 총리 자택을 둘러쌌다. 이에 함께 반정부 탱크 부대가 수도 테헤란으로 진격했다. 모사데그는 겨우 도망쳤으나 다음날 반군 사령부에 자수해 체포됐다. 그는 반역죄로 기소됐지만 불과 3년형에 처해진 후 자택에 감금됐다 1967년 암으로 사망했다.
팔레비 국왕의 지지파가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이 쿠데타는 나중에 기밀 문서가 공개되면서 CIA가 영국 정보부와 공모해 일으킨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영국 석유회사를 국유화하자 영국이 불만을 품고 그가 친공산주의자이며 그를 놔두면 이란은 소련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고 미국을 부추겨 일으킨 사건이었다.
팔레비가 1979년 회교 혁명으로 축출되고 회교 공화국이 세워지자 그는 순교자로 추앙되고 그의 12주기 추모 행사에는 수십만명의 이란인이 몰려들었다. 새 이란 지도부가 ‘미국에게 죽음을’을 외치며 미 대사관 직원을 인질로 잡은데는 이런 악연이 깔려 있었다.
2001년 10월 7일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이곳을 장악하고 있던 탈레반이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미군은 불과 수주만에 아프간 거의 전역을 차지했으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탈레반이 오지로 퇴각해 게릴라 전을 벌이며 끈질기게 버텼기 때문이다.
거기다 새로 창설된 아프간 정부의 무능과 부패는 민심을 점령군으로부터 떠나게 했다. 미국은 결국 2021년 8월 30일 군사 장비와 자신을 지지했던 아프간 정부 인사 대부분을 버리고 20년만에 아프간을 떠났다. 미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인 이 싸움에서 미국은 2천400명이 죽고 2만3천명이 부상당했으며 2조 달러가 넘는 돈을 썼지만 결과는 전쟁 전으로 돌아간 것 말고는 없었다.
미국은 2003년 3월 20일에는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라크의 대량 살상 무기 개발이 미국 안보를 위협하고 9.11 테러를 도왔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4월 9일에는 바그다드가 함락되고 그해 12월에는 극악무도한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토굴에서 체포됐으며 3년 뒤 처형됐다.
그러나 미국이 치른 댓가는 컸다. 전쟁 명분으로 내세운 것들이 모두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을뿐 아니라 2011년까지 장장 8년 동안 계속된 전쟁으로 미군 4천400명이 사망하고 3만2천명이 부상당했다. 이에 들어간 전비만 2조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리고도 내세울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2016년 대선에 출마한 도널드가 가장 강력히 비판한 것이 이런 외국과의 끝없는 전쟁이었다. 그는 외국의 정권 교체는 “확인된 절대적인 재난”이라며 혼란과 권력 공백, 불안정만으로 초래할뿐 이라고 주장했다.
그 도널드가 지난 주말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수십년간 회교 공화국을 이끌며 온갖 테러를 자행하고 자국민을 탄압해온 하메네이등 수십명이 폭사했다. 도널드는 이 사실을 밝힌 후 이란 국민들에게 정권 교체를 촉구했다.
미 헌법은 전쟁 선포권한을 의회에 주고 있고 ‘전쟁 권한법’은 대통령이 외국을 공격할 때 의회에 이틀 안에 이 사실을 통보해야 하고 의회가 이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60일 혹은 90일내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아프간과 이라크전 때는 의회의 승인도, 미국민의 지지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침공 사실을 의회에 통보조차 하지 않았고 미국민을 상대로 한 설득 작업도 없었다. 2주전 실시된 메릴랜드대 여론 조사 결과 이란 침공을 지지하는 미국인은 21%에 불과했고 공화당원도 40%만 동의했다.
좌파의 상징 제인 폰다와 MAGA 극우파의 대변인인 터커 칼슨, 머조리 테일러 그린이 모두 이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이번 전쟁에 대한 미국인의 생각을 보여준다. 폰다는 “지금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한 불필요하고 도발되지 않은 전쟁의 참상을 보고 있다”며 “이 위험하고 미친 이란 전쟁은 국제법과 미 헌법, ‘전쟁 권한법’을 위반한 것일뿐 아니라 미군을 포함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갈 수 있는 대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와 틀어지기 전까지 ‘여자 트럼프’라 불릴 정도로 열렬한 MAGA 팬이던 그린은 “이란과의 전쟁은 인플레를 낮추지도 생활비를 줄여주지도 않는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의 전쟁시 미국인들이 얼마만큼 미군 희생자를 감내할 것인지 여론 조사를 하고 있다는데 답은 제로다. 이 병든 잡것 거짓말쟁이들아”라고 외쳤다.
도널드가 이번 전쟁을 시작한 것은 아마도 손쉽게 마두로를 체포한데 고무돼 이번 전쟁도 간단히 이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 쉬운 성공이 화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아들 부시가 이라크 전을 일으킨 것은 아버지 부시 때 걸프전을 너무 쉽게 이겼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중동에 무력으로 개입해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과연 이번은 다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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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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