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싸움의 끝머리에 선 앨 고어 부통령과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가 서로 상대에 대한 비난발언의 수위를 낮추었다.
치열한 선거전과 팽팽한 소송전을 거치면서 한껏 달아올랐던 독기가 상당히 가라앉은 듯, 두 후보 모두 상대방을 자극하는 가시돋힌 발언을 거의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대리전을 벌이던 고어와 부시의 러닝메이트와 대리인들의 ‘입’도 상당히 순화됐다. 대선시비의 법적마무리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일어난 변화들이다.
부시는 5일 방영된 CBS의 ‘60 미니츠’에서 "고어의 고통과 고뇌를 이해한다"며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을뿐 까탈스런 패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부시는 N. 샌더스 솔스 리온카운티법원 판사가 플로리다주 공식 개표결과 파기를 요구하는 민주당측 주장을 기각한 이후 부쩍 유화적인 제스처를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의 변화는 단순한 승자의 여유가 아니다. 공화당측에서 고어에 대한 압력을 철회할 경우 거꾸로 민주당내에서 ‘승복’ 의견이 고조될 것까지 계산에 넣은 대응이다. 거의 끝난 싸움인데 궁지에 몰린 상대를 쓸데없이 자극해 민주당의 결속을 부채질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그를 부드럽게 만드는데 한몫했다.
고어 역시 한껏 몸을 낮춘채 가급적 발언을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격적이던 초기 태도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고어는 낮은 포복으로 여론의 직사포를 피하려 든다.
민심을 등에 엎지 못한 상태에서 상대에게 험하고 공격적인 언사를 내뱉는 것은 무모한 짓임을 노련한 정치인인 그가 모를리 없다.
일부 소식통들은 그가 되도록 체면을 구기지 않은채 패배를 시인하는 퇴진전략을 구상중인지 모른다고 전했다. 부통령이 정권인수준비보다 아직 완결되지 않은 예산안 처리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고어의 태도가 유화되면서 싸움닭이었던 조셉 리버맨의 태도에도 변화가 왔다.
그는 최근 민주당 하원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이끌었던 선거전과 고어 부통령과 함께 제시한 선거전의 원칙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동안 후원해준 모든 분들과 직접투표에서 승리를 안겨준 지지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영락없는 패배시인 연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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