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시 후보의 ‘온정적 보수주의’에 분위기 맞춰
공화당의 전당대회가 점잖기 그지없다.
상대 정당과 후보를 난타해 지지자들을 열광시키기는 기존의 전당대회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연단에 등단한 연사들의 연설도 공격이 아니라 설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규율과 기강, 개인과 집단의 책임을 중시하는 정통보수의 색채가 옅어졌다.
이런 변화는 조지 W. 부시 공화당 대통령지명자가 대선 슬로건으로 채택한 ‘온정적 보수주의’와 그럴싸하게 어울린다.
물론 공화당 전당대회의 분위기 변화뒤에는 정치적 노림수가 숨어 있다.
부시를 공화당의 대통령후보로 옹립한 전위세력은 당의 ‘정규군’으로 통하는 골수당원들이었다. 부시는 이들의 90%로부터 지지를 얻어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과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백악관을 수중에 넣으려면 골수 정당원들의 도움만으로는 힘들다. 무당파와 민주당계 유권자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이들을 끌어들이려면 무언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장고 끝에 부시가 들고나온 슬로건이 온정적 보수주의였고 전당대회도 자당 대통령후보의 구호에 맞춰 분위기를 잡았다.
말하자면 공화당 전당대회는 열성 정당원들이 아닌 외곽의 무당파와 민주당성향의 유권자들 을 포섭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공화당내 정통 보수세력은 이념이 사라진 야들야들한 전당대회를 내심 못마땅해 하면서도 8년만에 백악관을 찾을 호기를 놓칠쌔라 입을 다물고 있다.
전당대회개막 첫날 TV로 행사를 지켜본 유권자들은 화합과 포용의 외침을 들었을뿐 민주당에 대한 공격적인 연설을 전혀 듣지 못했다. 대회 진행자들이 TV중계가 없는 낮시간대에 공격적 인사들을 연단에 세웠기 때문이다.
대회준비위원회의 한 고위인사는 "유권자들이 보기싫어 하는 그림 대신 그들이 보고 싶어하는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전당대회의 기본전략이라고 설명한다.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백악관의 위신을 얼마나 실추시켰는지, 도덕군자인양 행세하는 앨 고어 부통령이 어떻게 선거자자금을 모금했는지 유권자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여기에 대해 길게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강력한 공세와 뚜렷한 정치적 이념이 실종한 전당대회가 심한 후유증을 불러올수 있다는 당내 경고도 만만치 않다. 특히 민주당이 전당대회에서 공화당을 강력히 밀어부친다면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한 부시는 심각한 상처를 입을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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