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새통 같던 집안이 갑자기 정적일 때가 있다. 아이들 셋이서 따로따로 학교 가는 시간이 다르다. 그 행차가 끝나기 전까지는 어떻든 시끄럽다. 챙기는 것도 많고 할 말도 많은 아이들, 그 사춘기의 묘행은 말로 다 참견할 수가 없다.
할머니와 이 엄마의 생각으론 제발 잠들기 전에 모두 준비해 두고 라면, 아침에 난리를 겪지 않아도 되지 않겠느냐는 것인데 아이들에겐 영 먹히지 않는 것이다.
몸체로 봐서는 모두들 엄마를 능가한 지가 한참 되었고, 요구 주장을 들어보면 모두가 똑똑새인 아이들과 사실 나는 늘 전쟁이다. 소리내지 못하는 전쟁, 깨뜨리지 못하는 전쟁, 패배하는 연습의 전쟁, 억울한 세대와 문화의 전쟁, …
동네 애기엄마들이 손에 손을 잡고 길을 건너는 것을 보면 나도 저렇게 가슴이 절절하게 행복했던 때가 있었는데 싶기도 하다.
아이들 또래의 엄마들은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 그 집 아이는 어때요? 이럴 땐 어떻게 하지요? 그래 그래서 어떻게 했었나요? 그러니까 괜찮던가요?… 모두가 그야말로 아우성이다.
내 아이, 남의 아이 가릴 것 없이, 다를 것 없이 우리의 힘에는 벅찬 일인 것 같다.
그들의 감성과 행동과 가치관이 우리 이민 1세에겐 좀 심한 것 같다. 나는 내가 아이들 문제로 속상할 때, 내가 어렸을 때 그랬었나 하고 뒤돌아 보기도 하지만 지금 식으로 말하자면 나는 “바보”였었는지 사고(?) 없이 그냥그냥 커 왔던 것이다.
이런 저런 일들이 온통 섞여서 사춘기 아이들만 셋을 기르고 사는 나는 정신이 없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청탁 원고를 제시간에 못 맞추는 일은 고사하고 당연히 해마다 제출하는 원고도 제대로 못 내어서 여기저기서 원성이 높다. 시인이 시를 안 쓰면 폐업이지 뭐냐는 것이다. 그 말도 맞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이 가지고 들어오는 최신식 싯구와 최강형의 뮤직에다가 한국, 미국의 문화 전쟁으로 한창이다. 정답은 사춘기의 병사는 모두가 영웅이다. 나이에서 teen을 떼자마자 제대를 하게 될지라도 그들의 지금 그 잘난 멋은 봐주기 힘들어도 봐 주어야 할,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큰 아들과 의견 충돌이 있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인간의 가장 약한 곳은 자존심이고, 가장 강한 바램은 신뢰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 뻔히 제 잘못을 다 내려다 보고 있는 내가 뒷걸음을 쳐주어야 하고, 대개는 똑같은 짓(?)을 또 하리라는 짐작이 가더라도 다시는 내 아들은 그러지 않을 거라고 다독여 주어야 하는....
인생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먼저 해보고서 직장생활이다. 결혼생활을 시작했더라면 인생의 우등생을 꿈꾸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 자신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본다. 내 스스로 깨닫고 열어가는 세계가 보인다.
날마다 시끄럽고 붐비는 나의 집, 서로 옳다고 우기는 아이들, 제 것을 챙기고 제 기분을 위해 무언가를 해 가고, 차츰 엄마 눈치를 안 보는 아이들, 아무리 말로 해도 안 듣는 아이들…
그러나 아이들이 다 잠든 시간에 각 방을 돌아보면서 느껴지는 것이 있다. 개구쟁이 말썽쟁이 귀염둥이들아, 이 엄마가 너희들을 보고 인생을 배우듯이 너희들 그렇게 느낄 때까지 그래, 이 엄마는 더 양보해 주고 너희들에게 인생의 길을 보여주기만 해야지. 스스로 자유의지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내일 아침, 다시 건강한 소리, 부지런한 너희들이 건강한 사춘기를 위하여 움직이는 하루를 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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