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2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언론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그의 실체는 안개속에 가리워져 있다. 80년대 후반이후 경제협력과 구호사업을 위해 북한을 왕래하는 한인들은 많았지만 실제 김 위원장을 만난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기조차 힘들 정도다.
LA의 북한소식통들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북한내부에서도 매우 어려운 사례이고 더욱이 외부인사로서 그를 만나본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김 대통령이전에 한국사람으로서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났던 사람은 지난 78년 납북됐다 8년만에 탈출했던 신상옥·최은희 부부와 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 박용길 여사 정도에 불과하고 미주한인중에는 북풍사건에 휘말렸던 김양일 전 미주한인식품상협회장등 2∼3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94년 방북때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원했지만 성사되지 않아 일각에서는 그에게 ‘대인 기피증’이 있는게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95년 2월 미정부 경제사절의 일원으로 평양을 다녀왔던 패코철강 대표 백영중씨는 "김위원장은 북한주민들에게 신과 같은 존재"라며 "같이갔던 일행은 하나님을 만나는게 쉬울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신상옥씨는 "김 위원장은 외부에 알려져있는 것처럼 나쁜 사람은 아니며 판단을 즉각적으로 내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그는 정확하든 않든 판단을 지체하지 않고 내린다"면서 "이것은 좋은 점이기도 하지만 위험한 점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과의 대화내용을 녹음테이프에 담았던 신씨는 "그의 집무실에는 TV모니터 4대가 설치돼 있어 이를 통해 한국과 일본, 중국의 TV프로그램들을 두루 시청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외부에서 보기에는 폐쇄적일지 모르지만 국제정보의 흐름은 어느정도 읽고있음을 시사했다.
북한권력층과 교분을 갖고있는 한 인사는 "김 위원장은 성격이 급해도 적극적이고 순발력이 뛰어난 인물"이라며 "과거 그가 술, 여자에 광적이라는 악의에 찬 루머가 나돌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보통사람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인사는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서방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하려는 변모된 모습을 과시하고 대내적으로는 현 북한체제에 불만을 품은 전후세대에게 개방과 경제발전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제스쳐"라고 해석했다.
한편 최근 중국에서 북한정부 관계자들을 만나고 돌아온 한 북한소식통은 "남북정상회담은 양측의 필요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북한측도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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