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자락에서 동해로 흐르는 두만강은 고조선·고구려·발해·고려에 이어 4군 6진을 개척한 조선의 활동 무대였다. 중국은 한무제의 한사군, 원나라의 쌍성총관부 설치 등을 통해 이 지역을 점거했다가 물러났다. 1909년에는 청나라가 대한제국 국권을 강탈한 일제와 간도협약을 맺고 두만강 일대를 넘겨받았다. 그럼에도 청나라는 동해로 나아갈 수 없었다. 당시 두만강 하류를 러시아가 점령했던 탓이다. 이는 청나라가 제2차 아편전쟁 패배 후 1860년 체결한 베이징조약에서 두만강 하구를 비롯한 연해주 일대를 러시아에 할양한 여파였다.
■동해 진출을 숙원해온 중국은 2000년대 이후 타국 항구를 빌려 바다로 나아가는 ‘차항출해(借港出海)’ 전략을 본격화했다. 2009년 북한의 나진항 장기 사용권을 확보했고 2012년에는 청진항 부두 30년 임차권도 얻었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에 대한 국제 제재 때문에 이 사업은 위축됐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북한은 국경을 전면 폐쇄했다. 이에 중국은 러시아 항구들로 눈을 돌려 2015년 동북3성과 가까운 자루비노항 사용권을 얻어냈다. 2023년에는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권도 따냈다. 중국의 동해 진출을 견제해온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피하려 중국과 결속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주 방북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한을 통한 차항출해 전략의 재추진 가능성이 주목된다.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조선(북한)과 함께 두만강 출해 문제에 관한 3자 협의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이면에는 무역로 확보를 넘어 군사적 목적도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2013년 중국 신화통신 계열 매체가 보도한 중국 해군의 해외 거점 후보지 19곳 중에는 청진항이 표시돼 있었다. 항공모함 건조로 서해 장악에 나선 중국이 북러와 결속해 동해에도 진출하면 한반도 안보는 크게 흔들리게 된다. 우리의 해군력을 서둘러 확충하고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대폭 강화해야 할 때다.
<민병권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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