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연구팀 “충분한 수면·건강한 식습관으로 장내 미생물 환경 유지해야”
수면 부족이 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등 수조 개의 미생물 집합체인 장내 미생물총(gut microbiota)을 교란해 면역 체계를 변화시키고, 그 결과 대장암 진행이 촉진되며 항암 치료 효과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플로리다대 의대 암 연구소 크리스천 조빈 교수팀은 17일(한국시간 기준) 생쥐 실험을 통해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기능을 변화시켜 면역 조절 기능을 약화하고, 종양 미세환경을 암 성장에 유리하게 바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를 수행한 마리아 에르난데스 연구원은 "수면 부족은 암 환자에게 흔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며 "이 연구 결과는 충분한 수면과 건강한 식습관을 통해 장내 미생물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 연례 학술대회(AACR 2026)에서 20일 발표된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은 면역계와 복잡하게 연결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면 부족이 미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그 영향이 면역계와 연결돼 암 진행을 촉진하거나 치료 반응을 저하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생쥐 모델을 사용해 사람의 만성 수면 부족 효과를 모사하고, 이 수면 부족 생쥐에서 채취한 대변 샘플을 기존 장내 미생물을 제거한 건강한 생쥐에 이식해 장내 미생물 변화만으로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도 확인했다.
수면 부족 생쥐와 이들의 장내 미생물이 이식된 생쥐의 종양에 대장암 화학요법 약물(5-플루오로우라실 : 5-FU)을 투여해 반응을 측정하고, 종양 미세환경 내 면역세포 집단, 일주기 리듬 조절 관련 유전자, 기타 면역 지표 등을 비교했다.
그 결과 수면 부족 생쥐는 종양 부피가 더 크게 증가하는 등 암 진행이 악화했고, 항암제 5-FU의 효과도 감소했으며, 항종양 면역에 관여하는 면역세포의 양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유전자에서도 변화가 관찰됐다.
또 수면 부족 생쥐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받은 정상 생쥐에게서도 종양 성장 증가와 항암 치료 반응 저하가 재현됐다. 이는 장내 미생물이 수면 부족으로 인한 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은 가소성이 있어 생활 습관 변화로 조절이 가능하다며 향후 유익균을 회복하거나 특정 분자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 개발을 통해 대장암 환자 등의 장내 미생물 균형을 조절하는 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빈 교수는 "(암 치료에서) 충분히 자고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이해해 왔지만 이 연구는 그 효과가 장내 미생물을 통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치료 과정에서 장내 미생물을 잘 관리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출처 : AACR 2026, Christian Jobin et al., 'The gut microbiota influences chronic sleep deprivation-induced colorectal cancer progression and treatment response'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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