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호주항공 등 가격 상향
▶ 일부는 ‘운영 중단’ 선언까지
▶ 국적항공사, 유류할증료 압박
▶ “여행수요 위축 불 보듯” 울상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요동치며 항공권 가격이 덩달아 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공항에서 여행객들이 출국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항공업계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유류비 상승이 항공권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고유가 여파로 항공권 가격 인상 압박도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 국제 원유시장에 따르면 앞선 전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120달러 선에 육박하며 급등했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역시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장중 119달러까지 치솟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건 글로벌 경제위기였던 2022년 7월 이후 3년 8개월 만이다.
항공유는 보통 항공사 운영비용의 20~30%를 차지한다. 특히 항공유 가격은 정제와 보관·운송 과정에서 국제유가에 프리미엄이 붙는다. 이 때문에 원유보다 더 가파르게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유류비 폭탄을 맞은 항공사들은 잇따라 항공권 가격을 올리며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은 “최근 유럽 항공유 가격이 글로벌 공급 차질로 인해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면서 일시적으로 항공권 가격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호주 콴타스항공과 뉴질랜드항공도 이날 연료비용 문제로 항공권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홍콩항공은 오는 12일부터 유류할증료를 최대 35.2% 올려받기로 했다.
일부 항공사는 지난달 28일 이란 전쟁 발발로 중동 항로와 공항이 사실상 마비되자 유럽-동남아시아 등 일부 노선 항공권 가격을 많게는 배 이상 올린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가 변동에 헤지(위험분산)를 걸어놓지 않은 동남아시아 저비용 항공사들은 가파르게 오른 항공유 가격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운항을 중단하는 시나리오까지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한인들이 이용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에어프레미아 등 국적항공권 가격 상승이 불가피 하다는 데 있다. 항공사는 국제유가 변동을 반영한 유류할증료를 항공권 가격에 반영한다. 연간 3,050만배럴이 넘는 항공유를 쓰는 대한항공은 국제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연료비가 약 450억원으로 불어난다.
최근 일주일 사이 국제유가가 30달러 이상 급등하는 흐름이 장기화할 경우 대한항공의 추가 유류비 부담은 연간 약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원유수급 흐름이 약화돼 유가가 오일쇼크 수준인 배럴당 150달러에 이르면 대한항공의 연간 추가 유류비는 3조원을 넘기게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예상 유류 소모량의 50%, 30%에 대해 헤지계약을 맺고 있지만 초고유가 국면에서는 방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인천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에 대해 편도 기준 1만3,500~9만9,000원의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고 있다. 왕복 기준으로 인천~뉴욕 노선의 경우 19만8,000원의 유류할증료가 붙는다. 3월 유류할증료는 지난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의 싱가포르 항공유(MOPS)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최근 유가 급등분은 다음달 할증료 산정에 반영되는데, 이 경우 항공권 발권 시 부과되는 편도 기준 유류할증료가 최대 34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유류할증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 경우 소비자 부담증가로 여객 수요가 쪼그라들 수 있어 업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한국에 사는 40대 김모씨는 “올해 그랜드캐년 여행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원·달러 환율도 1,500원에 육박하고 항공권 가격마저 오를 것으로 보여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비용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안팎에 달하는 만큼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유류할증료 인상은 사실상 불가피하다”며 “다만 항공권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 여행 수요가 위축될 수 있어 업계도 가격 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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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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