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전쟁에 달라진 투자전략
▶ “타이밍 놓치면 퇴출” 위기감 확산
▶ 아마존 자본지출 2,000억달러 확대
▶ “배당보다 성장” 월가 인식 변화
▶ 삼성·하이닉스 28조 매입·소각
빅테크를 포함한 정보기술(IT) 부문은 미국 전체 상장사 자사주 매입 규모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주주 환원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게임의 룰’을 바꿨다. 타이밍을 놓친 투자는 곧 퇴출이라는 위기감 속에 보유 현금은 물론 회사채 발행 등 사실상 빚까지 내가며 투자를 급격하게 늘렸고 가장 대표적인 주주 환원 정책인 자사주 매입마저 AI 투자로 전략을 바꿨다. 주주들 역시 지금은 투자로 먼저 주도권을 잡아야 장기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며 공감하고 있다.
2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마존은 2022년 2분기부터 지난해까지 자사주 매입을 전혀 하지 않았다. 대신 올해 구글과 메타 등 경쟁자를 제치고 AI를 중심으로 한 자본지출(CAPEX) 규모를 2,00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처럼 빅테크의 자사주 매입은 정점을 찍었던 2023~2024년을 지나 본격적인 투자 경쟁에 돌입한 지난해부터 두드러진다. 각사 공시를 보면 알파벳(구글) 자사주 매입 규모는 2024년 622억2,200만달러에서 지난해 457억900만달러로 163억달러급감했고, 메타는 2024년 301억2,500만달러에서 지난해 262억 4,800만달러로 줄였다.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25년 회계연도 기준이 2025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여서 남은 기간에 자사주 매입을 할 수 있지만 투자금 마련을 위해 회사채 발행과 신주 발행을 불사하는 전략 속에서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빅테크에 대해 자사주 매입 등의 방식보다 ‘수익 확대’를 통한 주주 환원을 더 요구하는 식으로 방향이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글로벌 투자은행(IB) 대표는 “기업이 성장 기회를 잡기 위해 주주 환원보다 (인프라 등) 투자를 더 늘린다면 주주들도 충분히 납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네이버·KT 등 한국 기업 역시 이들과 경쟁하는 상황이지만 제3차 상법 개정으로 주주 환원에 방점이 찍히면서 투자와 환원을 동시에 해야 하는 처지다. 금융감독원은 2025년도 사업보고서를 대상으로 자사주 관련 공시의 충실성을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특히 계획 대비 이행률이 70% 미만일 경우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서만 두 차례에 걸쳐 총 6조원이 넘는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뒤 이를 이행하고 있다. 이 중 2조5,0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이미 취득했고 향후 3조5,728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
삼성전자가 2024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10조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사들인 것을 고려하면 2년이 안 돼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만 16조원가량을 쓰는 셈이다. 올해만 수십조 원의 추가 투자를 해야 하는 SK하이닉스도 지난달 실적 발표와 함께 12조원 규모의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기로 한 바 있다. 두 회사는 올해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주주들의 환원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당장은 메모리반도체 호황으로 현금이 있지만 오르내림이 심한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지금 발생하는 현금으로 미래에 대응하는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들과 경쟁하는 미국 기술 업계의 AI 인프라 투자는 ‘군비 경쟁’을 방불케 한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에 따르면 아마존·알파벳·MS·메타·오라클·애플·엔비디아·브로드컴 8개 기업의 자본 지출 규모는 지난해 4,270억달러로 집계됐다. 올해는 5,620 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골드만삭스는 이들의 올해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5,000억달러는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BC는 “기술 업계가 (AI 경쟁을 위해)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자사주 매입 규모가 감소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막대한 투자다. 알파벳(구글 모회사)과 메타는 올해 각각 1,800억달러, 1,250억달러의 자본 지출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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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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