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최근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서 미국 부모의 40% 이상이 10대 자녀의 가장 큰 문제로 ‘정신건강’을 꼽았다. 이는 학업 성취나 대학진학 혹은 약물 문제를 앞선 수치다.CDC의 청소년 위기행동 조사에 따르면 미국 고등학생의 42%가 “지속적인 슬픔과 절망감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여학생의 경우 절반을 넘는다. 자살 충동을 보고한 비율 또한 팬데믹 이후 상승했다.
이는 단순한 유행 적 위기가 아니다. 구조적 변화다. 입시는 여전히 치열하다. 커먼앱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학생 1인당 지원 대학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지원 수 확대’라는 방어 전략이 나타난다. 갤럽의 조사에서도 부모의 약 35%가 대학 진학 가능성을 주요 불안 요소로 응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의 우선순위는 이동했다. 성취 이전에 정서적 안정이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이 변화는 문화권을 초월한다.
고민의 항목은 같지만, 해석의 프레임은 다르다
미국 부모와 한인 부모의 1차 고민 항목은 정신건강, 학업 스트레스, SNS 영향, 미래 직업 불안등 거의 동일하다. 커먼 센스 미디어의 조사에 따르면 따르면 미국 10대의 하루 평균 스크린 타임은 8시간 이상이라는 놀라운 발표가 있었고 이는 인종과 계층을 크게 가리지 않는다고 하며,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접하게 되는 비교 문화는 특히 10대 학생들에게 심각한 우울을 초래한다.
그러나 미국 부모와 한인 부모들의 ‘걱정의 결’은 조금 달랐다. 미국 부모는 감정 안정과 자존감을 우선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의 자기 선택권을 존중하고, 전공 변경이나 갭이어(Gap year)를 선택하는 문제, 혹은 부모 세대의 예상과 다른 비전통적 진로에 대한 수용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행복과 자기실현”이 중요한 가치를 두고 있다. 반면 한인 부모는 성취와 안정의 동시 확보를 중시한다. 명문대 진학과 의대 및 공대 선호는 통계적으로도 뚜렷하다. 이는 단순한 전공 취향이 아니라, ‘위험 최소화 전략’에 가깝다. 실패 확률을 낮추는 선택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즉, 미국 부모는 자녀의 감정의 안전을 먼저 확보하려 하고, 한인 부모는 결과의 안전을 먼저 확보하려 한다.
71% 자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어렵다
이민 1세대 부모에게 교육은 생존 전략이었다. 언어, 네트워크,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학업 성취는 가장 명확한 상승 경로였다. 그래서 성적은 단순한 점수가 아니라 ‘안전장치’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10대는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AI와 자동화가 직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상담 현장에서 자주 목격하는 것은 성적이 좋은 학생이라고 해서 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계는 이를 뒷받침한다. 학업 성취와 정서 안정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일수록 완벽주의와 불안을 함께 경험하는 경우도 많다. 한인 청소년들에게는 여기에 추가적 요인이 더해진다.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한인 1세대 부모의 27%는 자녀와의 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반면, 2·3세대 자녀의 71%는 집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부모는 갈등이 없다고 느끼지만, 자녀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 침묵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문제없어 보이지만, 내면은 닫혀 있는 상태이다. 이 간극은 단순한 오해가 아니다. 구조적 원인이 있다.
늦기 전에 해야 할 일
나는 네 명의 자녀를 키웠다. 솔직히 말하면, 그들의 정서를 세심히 들여다보기보다 학업적 성취와 활동에 더 주목했다. 대학, 전공, 경력. 그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믿었다.
이제 30대가 된 자녀들과 삶을 함께 살아가며, 그때 조금 더 마음을 들여다보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성취는 이루었지만, 그 과정에서 충분히 안아주지 못한 순간들이 떠오른다.
전문가들은 거창한 대화 기술보다, “같은 공간에 마주 앉는 시간”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포럼이나 설문 같은 계기를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정신건강에 대한 고민이 입시 고민을 앞지른 시대를 우리는 지나가고 있다.
<
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