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년 영국 노팅햄 일대의 노동자들은 조직적으로 방직기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러드 왕’의 추종자들이라는 뜻의 ‘러다이트’로 부르며 기계가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며 이같은 행동을 벌였다.
‘러드 왕’은 가공의 인물로 역시 전설적인 인물인 네드 러드라는 이름에서 따왔다. 러드는 게으르다는 꾸중을 듣자 홧김에 방직기를 때려부쉈다고 전해진다. 러다이트의 발상지인 노팅햄은 공교롭게 이보다 600년 ‘부자에게서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준다’를 모토로 내건 로빈 후드 전설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들이 기계를 파괴하는데 그치지 않고 공장주인 윌리엄 호스폴을 살해하는데까지 이르자 영국 정부는 1만 2천명의 군대를 동원해 이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한다. 조지 멜로를 비롯한 4명의 주동자가 체포되고 이중 한 명이 배신해 죄상을 자백하는 바람에 나머지 세 명은 모두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 때 이들을 옹호한 사람 가운데 대표적 인물이 낭만파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바이런이다. 그는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벌인 투쟁을 이토록 잔악하게 탄압하는 것은 튀르키에에서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간이 손으로 하던 일을 대신해주는 기계가 나올 때마다 노동자들의 반발은 주기적으로 계속됐다. 19세기 말 미국에서는 제화 작업을 해주는 기계가 도입되자 제화공들이 들고 일어났고 20세 초에 자동차가 나오자 마차 제조 노동자들이 반발했다. 20세기 중엽에는 손으로 나르던 수화물을 컨테이너에 넣어 기계로 운반하는 테크놀로지가 개발되자 하역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200년간 계속돼 오던 노동자와 기계와의 싸움이 전면전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공장에 로봇 아틀라스를 점진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노조가 반발해 한 대도 들일 수 없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반면 투자가들은 아틀라스의 능력을 높이 평가, 현대차 주가는 지난 1년새 150%가 뛰었다. 현대차를 단순히 자동차 회사에서 AI 로봇 기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과 로봇은 비용면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 현대차 계열사 임원 평균 연봉은 1억3천만원에 근무 시간은 8시간 남짓이다. 로봇은 대당 2억원에 연간 유지비 1천400만원이다. 24시간 근무할 수 있고 오버타임이나 파업, 연금, 의료 보험 비용도 없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를 도입하고 싶을 것이고 노동자 입장에서는 결사적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 로봇이 보편화되는 날 노동자가 밀려나는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만드는데 로봇이 사용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하는 로봇은 이미 1980년대 디트로이트의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이미 사용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요즘 로봇은 AI가 장착돼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다는데 있다.
테슬라는 곧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학습형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로봇은 단순히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중 익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스스로 직무 능력을 개선해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는 이미 산업 전반에 걸쳐 인간이 하던 일자리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단순 사무직은 물론이고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 전문직종까지 처리 분야를 넓혀가면서 대졸자들의 첫 취업 사다리인 인턴직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작년 골드먼 삭스 등 대형 투자 은행의 인턴 합격률은 0.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5년내 대졸 신입 사원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강국으로 소문난 한국은 이같은 흐름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국제 로봇 연맹의 ‘세계 로보티스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4대 로봇 시장이면서 제조 현장 로봇 밀집도는 세계 1위로 나타났다. 2023년 현재 한국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3만596대며 근로자 1만명당 1천12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자동차뿐 아니라, 조선, 건축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로봇이 널리 쓰이고 있다. 한 때 AI로부터 안전한 직종은 막노동이란 우스개 소리가 있었는데 이제는 AI와 로봇이 결합하면서 이 또한 사실이 아니게 돼 버렸다.
공장이야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들지만 요즘 한국 식당에 가 보면 웬만한 시골도 테이블에 주문 태블릿과 결제 처리 시스템이 장착돼 있고 배달은 로봇이 하며 추가 반찬과 물은 본인이 가져다 먹게 돼 있다.
과거에는 기계가 일자리를 대체해도 새 기계를 만드는 노동자와 관리자는 필요했기 때문에 새로운 직업이 창출됐다. 그러나 이제 노동자를 대체할 로봇도 로봇이 만들고 관리까지 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로봇 소유자와 비소유자간의 간극은 벌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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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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