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스무센 “우크라전 같은 진짜 위협서 주의 돌리는 전술”
▶ 뤼터 현 총장은 계속 침묵…유럽매체 “미군기지 통제권 회수 거론”

그린란드의 덴마크 해군 경비함 [로이터]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교착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전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추측했다.
아네르스 포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은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주의를 돌리는 전술에 익숙하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진짜 위협에서 주의를 분산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린란드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어떻게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지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유럽에도 미국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 미국의 우호적 동맹 그린란드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게 걱정된다"며 "러시아는 그린란드가 나토를 침몰시키는 빙산이 되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무센은 덴마크 총리(2001∼2009년)에 이어 5년간 나토 사무총장을 지냈다.
나토에 속한 유럽 각국은 덴마크가 주관하는 그린란드 군사훈련 '북극 인내 작전'에 자국군을 파견하는 등 나토 주축인 미국의 그린란드 위협에 덴마크 편을 들고 있다.
유럽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위협에 대응해 유럽 주둔 미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거나 미군기지 통제권을 회수하자는 극단적 제안도 나온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전했다.
익명의 나토 당국자는 이 매체에 "미군기지를 협상카드로 쓰면 유럽은 안보보장을, 미국은 가장 가치 있는 전방 작전기지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유럽사령부는 2024년 기준 유럽 내 기지 31곳에 6만7천500명을 주둔시키고 있다.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을 지낸 벤 호지스는 독일에 있는 람슈타인 공군기지의 경우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전개에 핵심 발진기지 역할을 한다며 유럽 기지 포기는 미군에 '재앙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미군의 광범위한 군사자산이 가장 중요한 잠재적 압박 수단"이라면서도 너무 민감한 문제여서 외교관들이 나토와 유럽연합(EU) 회의에서 이 논의를 배제하려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라스무센에 이어 나토 사무총장을 지낸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이날 독일 주간지 슈피겔 인터뷰에서 "미국이 그린란드 통제권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건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며 "미국이 나토에 남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자신의 모국 노르웨이와 덴마크의 1930년대 그린란드 영유권 다툼 이야기를 해주면서 나토 동맹국 주권을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이 바뀌지 않았고 작년 1월 집권 2기 취임식 때도 트럼프와 측근들이 자신에게 그린란드에 관심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린란드 문제로 나토가 흔들리는 가운데 마르크 뤼터 현 사무총장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3월 백악관에서 만난 뤼터 사무총장을 가리켜 "(그린란드 문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사람과 앉아 있다"고 말했다. 뤼터 총장은 당시에도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 논의는 외부에 맡겨 두겠다"고만 했다.
네덜란드 총리 출신인 뤼터 총장은 지난해 6월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찬양 일색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그를 아빠(Daddy)에 빗대는 등 아첨 외교로 유럽에서 비판받아 왔다.
뤼터 총장은 최근 유럽의회에서 미국과 덴마크가 그린란드 합의에 실패할 경우 나토 차원의 대책이 있느냐는 덴마크 의원의 질문에 "사무총장으로서 내 역할은 분명하다. 동맹 내부에서 논의가 이뤄질 때 절대로 논평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 여러분 모두 나를 싫어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압박이 나토를 강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한 의원은 이 자리에서 "마지막 나토 사무총장이 될까 봐 두렵지 않느냐"고 물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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